"처음에는 뱀인 줄 알았어요."

지난달 28일 새벽 1시 김점영(61) 씨는 부산 온천천 둔치를 따라 세병교를 지나 하류 방향으로 산책하던 중이었다. 김 씨가 연제구 거제동 쌍용예가 아파트 앞을 지날 때였다. 온천천 수면에서 갑자기 뭔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직 추운데 웬 뱀이냐'고 생각했던 김 씨는 정체불명의 생물 두 마리가 수면에서 물을 내뿜더니 맞은편 동래구 둔치로 올라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제야 수달임을 직감한 김 씨는 사진을 찍기 위해 부랴부랴 휴대전화를 꺼냈다. 급하게 사진을 찍었지만 워낙 빨리 움직이는 이들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다. 카메라 플래시에 비쳐 눈에서 빛이 나는 모습을 겨우 잡았지만 주변이 어두워 몸체가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김 씨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보게 돼 기분이 좋았지만 동래구에서 갈대를 모두 없애 이들이 숨을 곳이 없어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심 속 하천인 부산 온천천에 또다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나타났다. 이 수달 두 마리는 지난달 18일 오전 수영강 더블루 아파트 인근에서 시민에게 포착된 수달로 추정된다. 수달이 온천천에서 발견된 것은 2009년 8월 15일 이후 약 6년6개월 만이다. 구는 당시 이를 기념해 온천천에 안내판과 수달 조형물을 설치했다.

수달이 도심하천인 온천천에서 또다시 발견된 것은 온천천의 수질과 서식 환경이 개선됐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수달 두 마리가 앞서 수영강에서 발견된 수달과 같은 개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소장은 "수달은 강줄기나 하천을 따라 활동하므로 수영강과 온천천을 오가며 먹이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달의 서식 반경은 최대 15㎞이지만, 다른 개체와 영역이 겹치면 싸움이 나므로 앞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 수달은 수영강보다 온천천에서 서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온천천에는 수영강보다 갈대 등 초본류가 많아서다. 수달은 큰 나무뿌리나 바위 틈새, 수풀 등 숨을 수 있는 곳에 보금자리를 만든다.

온천천에 수달이 계속 서식하려면 고쳐야 할 점이 많다. 환경 전문가는 온천천을 관리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초본류를 베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는 지난달 중순부터 2주에 걸쳐 온천천 변 갈대를 제거했다. 해마다 봄과 여름 두 차례에 걸쳐 하는 일이지만 올해는 경관을 해치고 모기가 많이 생긴다는 민원 때문에 시기를 앞당겼다고 밝혔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