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에 반한 파업 등 비판 거세
- 기업노조로 전환 잇따를 전망
- 민주노총 "노동운동 타격" 반발

금속노조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노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로 산업별 노조(산별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전개해 온 민주노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요건만 갖춘다면 총회 의결 등으로 기업노조 전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1997년 노조법 개정으로 개별 기업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이 가능해진 뒤 산별노조 구축에 매진해 왔다. 현재 금속노조,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전교조, 보건의료산업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23개에 이른다. 민주노총 총조합원 69만여 명 중 55만 명이 산별노조 소속이다.

산별노조는 금속·운수 같은 산업군 내의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노조다. 기업노조가 금속노조 지회로 가입하면 임금협상 등 단체협약이 금속노조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덩치가 커져 회사를 압박하고 노조의 입장을 관철하는 데 유리하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체제를 지탱해줬던 것은 탈퇴를 어렵게 만든 규약이었다. 지부·지회는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일 뿐 독립된 노조가 아니라는 규약 해석으로 기업노조로 전환하기가 어려웠다. 조합원은 개별적으로 산별노조를 탈퇴해 노조를 만들어야 했다. 이렇게 만든 새 노조는 기존 산별노조 지부·지회의 재산을 승계할 수 없고, 체결한 임금단체협약도 이어받을 수 없어 노조 지위가 약했다.

그러나 최근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되돌아가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회 규칙상 금속노조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고, 의사와 무관하게 정치 파업 등에 동원된다는 비판도 받고 있어서다. 자동차부품업체 상신브레이크가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1, 2심에서는 탈퇴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마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판결 여파로 기업노조 전환을 추진하는 지부·지회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판결에 앞서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1996, 97년 노동법개정투쟁의 성과 덕분에 산별노조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며 "노조를 해산하고 산별노조에 재가입하는 절차를 거치는 동안 조직력이 유실되는 것을 예방하도록 법률로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하급심과 같은 판결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었다. 이번 판결에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유장현 교육선전부장은 "산별노조의 지회가 기업노조로 손쉽게 전환된다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2011년 7월 이후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한 만큼 한진중공업처럼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해 별도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판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조 설립과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 근로자의 자주적 의사결정이 산별노조 조직 유지의 필요성 못지않게 중요함을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