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 우리 경제가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최일선에서 경제 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경남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을 찾아 해법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 기업들 국내시장 안주 벗어나
- 세계로 진출 산업영토 넓혀야

최근 우리 경제계의 핫 이슈인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주창한 최충경(70·사진)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선과 철강이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경남스틸을 1990년 창업해 26년째 경영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습니다. 만나는 기업인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년 내에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아 더 절망적입니다."

최 회장은 그래서 경제 활성화 관련 민생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연말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 71개 상의회장단 초청 오찬 회동에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 필요성을 역설했고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청와대 오찬 회동 며칠 뒤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경제위기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고 호소하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고 서명운동이라도 벌이겠다는 절박함을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그의 절박한 호소가 통한 것일까. 그의 1000만 서명 운동 아이디어는 대한상의 차원의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으로 이어졌고 서명 운동을 시작한 지 3주 만인 지난 5일 100만 명을 넘었다. 또 국회는 지난 4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는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 서명 운동이 여야 정치권을 움직이는 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법은 대기업은 물론 많은 지역 기업의 사업 재편 그리고 활로를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명운동의 순수성을 의심하지만 기업인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행동이다. 오죽하면 기업인이 서명운동에 나섰겠느냐"고 반문했다.

인터뷰 내내 어려운 경제상황을 설명한 그는 이럴 때일수록 기업인의 노력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업인도 반성할 점이 많고 자기부터 반성하고 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동안 우리 기업인이 돈 좀 벌면 땅 사고 빌딩 지어 더 손쉽게 돈 벌 궁리를 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글로벌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키워 세계 시장에 진출해 우리의 산업영토를 더욱 더 넓혀야 합니다."

최 회장은 "경제 살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인의 비상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머잖아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충경 회장은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은 상공계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구 출신인 최 회장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근무하다가 1990년 경남스틸을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창원상의 11대 회장과 통합 창원상공회의소 초대 회장에 이어 연임하는 등 8년째 지역 상공계를 이끌고 있으며,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누구보다 강조하며 몸소 실천하는 최 회장은 창신고와 창원대 등 지역의 중·고교에 지금까지 20억 원이 넘는 장학금을 기탁했다. 십수 년째 만나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해 '독서 전도사'로도 불리는 최 회장은 지난 1월 별세한 신영복 선생의 빈소가 차려진 성공회대를 직접 찾아 조문할 정도로 문화계와 시민사회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는 '따뜻한' 기업인으로 통한다.

배재한 기자 m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