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홀대에 부산 규제완화 역행
지난해 12월 3일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부산은 '지방 홀대'에 또다시 분노했다. 전날 국회 본의회에서 합의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수도권에 한해 '학교 앞 호텔'을 허용(본지 지난해 12월 4일 자 1, 3면 보도)해서다.
기존 법은 학교 출입문에서 50m 이내를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해 호텔 건립을 원천적으로 막고, 51~200m의 상대정화구역 내 호텔 건립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다. 개정 법안은 5년간 서울과 경기 지역에 한정해 절대정화구역을 50m에서 75m로 강화하는 대신 이를 벗어나는 구역에 대해서는 호텔 건립 때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도록 규제를 풀었다.
부산에서는 해양관광활성화를 목적으로 민자(1623억 원)로 추진되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학교 앞 호텔'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사업자인 (주)아이파크마리나는 애초 요트경기장 정문에 주요 시설인 호텔을 배치하는 설계를 했다. 호텔은 왕복 10차로 도로 맞은편에 있는 해운대구 해강초등학교 정문에서 직선거리로 91m 떨어져 있어 상대정화구역에 포함된다. 지난해 6월 열린 학교정화위원회에서는 위원 13인 전원이 호텔 건립을 반대했다. 행정심판에서도 4 대 5로 반대가 우세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호텔을 상대정화구역에서 벗어난 서쪽 방파제 쪽으로 이동하기로 설계를 변경했다. 이번에는 인근 엑소디움 아파트 주민이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아이파크마리나는 지난해 12월 30일 학교정화위원회 호텔 관련 재심의를 청구했다. 비록 부결은 됐지만 첫 번째 심의 때 만장일치 반대에서 5(찬성) 대 8(반대)로 변화가 있었다.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시설에 관대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한 행정심판이 지난 3일 열렸지만, 격론 끝에 재결을 연기하기로 했다. 호텔을 서쪽 방파제 쪽으로 옮기는 내용의 실시협약 변경안 제출 시한이 다음 달 18일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안은 기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관광과 마이스(MICE)를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는 부산에서 '언제까지 호텔을 유해시설로 볼 것이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수도권에서는 규제 완화를 하는 마당에 정작 지역에서는 '호텔 = 유해시설'이라는 형식 논리에 빠져 스스로 관광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호텔을 하나의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윤정길 사회 1부 차장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