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 앞두고 일찌감치 준비 시작
- 체력평가도 전문학원에서 대비
- 인터넷강의 인기에 학원은 시들

부산지역 공무원 시험 준비족(이하 공시족) 사이에 모처럼 '채용 훈풍'이 불고 있다. 부산시가 올해 신규 공무원 1241명을 선발할 계획(본지 지난 26일 자 1면 보도)을 발표한 데 이어 시소방안전본부는 올해 신규 인력 100명 이상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소방안전본부는 해마다 평균 60~70명을 선발했다.

■채용 봄날 기대감

공시족들은 이 같은 대규모 채용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행정직을 준비하는 김영인(27) 씨는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고 해도 그만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고 말했고, 백진희(여·30) 씨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공부하며 6월에 있을 행정직 시험에 대비하는데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무원학원에는 일찌감치 공시족에 합류한 고등학생도 눈에 띈다. 부산진구 H공무원학원 관계자는 "전체 수강생의 5%가 지난해 수능을 쳤거나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서 "학생 본인보다는 부모 문의전화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인근 B공무원학원 역시 "일찍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수능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학원에 등록하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원에서 체력평가 준비

공무원 시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공무원학원에서 체력평가까지 대비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체력평가가 필요한 소방공무원 시험은 ▷악력 ▷배근력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제자리멀리뛰기 ▷윗몸일으키기 ▷왕복 오래달리기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는 전체 시험 비중의 15%를 차지한다.

이런 점을 간파해 일부 공무원학원과 체육대학 입시 전문학원은 체력평가 대비반을 운영한다. 소방공무원 준비생 김준영(29) 씨는 "윗몸일으키기를 기계(센서)로 측정하기 때문에 운동 방법을 잘 알아야 하는데 학원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줘 수강하게 됐다"며 "몇 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시험인 데다 개인적으로 기구를 구하기도 어려워 학원에서 과목을 수강하는 수험생이 많다"고 말했다.

시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체력평가 비중이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1점이 아쉬워 학원까지 다니며 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채용 한파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 확산

공무원 채용 훈풍으로 공시족이 늘었지만, 지역 학원가는 예전만큼 특수를 누리지 못한다.

온라인강의가 유행하면서 굳이 학원에 등록하지 않는 공시족이 늘었다. 스타 강사를 끌어들이고 1년 내에 언제든지 인터넷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운 서울 대형학원 쏠림 현상도 심해졌다.

부산진구 C공무원학원 관계자는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고 하지만 수강생이 늘지는 않았다. 온라인강의가 많아지면서 지역 학원이나 주변 상권은 사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