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집요강엔 '금지' 파스텔
- 시험 땐 허용 공정성 논란
- 체육교육학과 재시험
- 피해 학생들 합격처리
부산대학교가 201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실기고사를 허술하게 관리해 눈총을 받고 있다. 체육교육학과 실기시험 재시험 논란(지난 9일 자 5면 보도)에 이어 디자인학과에서도 실기시험 중간에 학생들이 보고 그리던 대상을 바꾼 뒤 다시 그리게 해 잡음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 예술대학 디자인학과는 지난 15일 오전 10시부터 5시간 동안 애니메이션전공 실기시험을 치렀다. 10명을 뽑는 이번 정시모집에서 지원자는 모두 82명. 실기시험은 총배점의 60%를 차지(수능 40%)해 수험생에게 합격을 좌우할 수 있어 중요하다. 시험 과목은 대상을 느낌대로 표현하는 '상황표현'과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소묘' 두 가지. 이날 시험 주제는 '초콜릿(페레로 로쉐)'이었다.
문제는 시험 시작 후 15분이 지나서 발생했다. 지원자들이 한참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도중 감독관이 초콜릿 밑에 붙어있던 포장지를 제거한 것이다. 그리고는 시험 시간을 10분 늘려줄 테니 '포장지를 뗀 초콜릿'을 그리라고 지시했다. 소묘를 먼저 그리던 학생들은 그리던 그림을 지우개로 지우거나 시험지를 바꿨다. 있는 그대로 정밀하게 묘사하는 정물 소묘의 특성상 처음부터 다시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상황표현을 먼저 하던 학생들은 10분을 더 번 셈이 됐다. 수험생 A 씨는 "나는 소묘를 먼저 그린 죄로 시험시간이 4시간55분이 됐고, 상황표현을 먼저 한 '운 좋은' 학생들은 5시간10분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감독관이 입시 요강을 숙지하지 못해 금지 도구를 사용하는 일도 있었다. 입시 요강에는 '파스텔 및 입체적 표현이 되는 도구와 재료는 사용해서는 안 됨'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일부 학생이 파스텔을 사용했고, 감독관이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해당 시험을 쳤던 B 씨는 "한 학생이 파스텔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감독관에게 묻자 '주제에 따라 판단하라'고 말해 일부 학생이 파스텔을 사용하는 것을 봤다. 입시 요강에 금지라고 써 있어 안 가져왔는데 억울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항의했지만 해당 학과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 입학본부 관계자는 "해당 학과 교수들이 '5시간 시험 중 10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험생 C 씨는 "그 5시간을 위해 3년을 노력한 학생들에게 10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대는 체육교육학과 재시험으로 피해를 본 학생들을 합격 처리했다고 26일 밝혔다. 부산대 관계자는 "재시험을 치기 전과 후의 점수와 순위를 비교해 합격이었다가 불합격이 된 몇 명의 학생을 구제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