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타나 노사정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꺼리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피에스엠씨(PSMC·옛 풍산마이크로텍) 지회와 피에스엠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이 회사 직원들에게 3차 희망퇴직 안내문(사진)을 발송하며 시의 요청이 있었다고 14일 밝혔다. 안내문에는 '부산시와 여러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 기간 연장 요청이 있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3일 오후 7시30분 시청 앞에서 구조조정을 요청한 데 대한 사과와 함께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하며 집회를 연 뒤 철야농성을 벌였다. 노조는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시청 앞에서 철야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24일 생탁 노동자 송복남(54) 씨와 택시 노동자 심정보(53) 씨가 광고탑 고공농성을 해제한 지 20일 만에 시청 앞 노숙투쟁이 재개됐다.

노조는 시가 희망퇴직을 요청한 일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로 노동자 생존권이 박탈될 위기에 있음을 수차례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도 시는 민간기업인 피에스엠씨에 구조조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노조 는 시가 그린벨트를 개발하려고 기업에 희망퇴직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가 일반 기업에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측은 시가 희망퇴직을 요청했음을 안내문에서 밝혔지만 사실 확인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잇단 구조조정에 부담을 느낀 사측이 시를 끌어들였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10일 시의 공장 부지 개발로 경기도로 이전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날 오후 연제경찰서 앞에서 금속노조 피에스엠씨 문영섭 지회장의 경찰 연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지난 13일 문 지회장이 노숙투쟁을 위한 물품을 수거하는 데 항의하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