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노인참여나눔터에서 어르신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저소득 홀몸 노인 공동체 만들어
- 직접 노인 인권회복 운동 나서
- 입소문 나 1년 새 회원 20명 불어
- 십시일반 회비 모아 봉사활동도

부산 고령화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노인 세대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경험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직격탄을 맞을 예비 노령인구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미래도 암울하다.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은 '이웃 공동체의 회복+노인 권리 찾기'에서 초고령 시대의 해법을 찾는다.

7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주택의 마당. 노인이 부르는 경쾌한 노랫소리가 터져 나왔다. 14명의 노인이 모여 개금노인참여나눔터 최진일 사무국장과 함께 노래 부르고 율동을 곁들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밀양백중놀이 북춤(중요무형문화재 68호) 이수자인 최 사무국장의 장구 소리에 30㎡ 남짓한 시멘트 바닥 마당은 어느새 신명 나는 마당놀이 판으로 변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색깔은 어쩔 수 없었지만, 율동과 목소리는 젊은이처럼 경쾌했다. 50분의 노래교실이 끝난 후 노인은 서운함에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다. 개금노인참여나눔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우리 가락 교실' 수업 현장이었다.

노인들은 지난해 11월 5일 스스로 피켓을 들고 도시철도 2호선 개금지하철역 '노인은 행동을 원한다'라는 뜻의 ADA(Age Demands Action) 운동을 벌였다. ADA는 국제 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HelpAge International global network)의 선언이다.

이날 집회에서 노인은 국내 노인 빈곤율이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1%의 4배 이상임을 지적하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에서 노인이 배제되는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정부가 유엔과 노인인권협약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시간 만에 시민 68명의 서명도 받아냈다. 4개월 동안 집회 교육을 받고 계획을 세운 끝에 일군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다.

모두 지난해 4월 철길 옆 개금동에 노인공동체 개금노인참여나눔터가 꾸려지면서 나타난 마을의 변화다.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저소득 홀몸노인이었지만 마땅한 마을 공동체가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10만 원짜리 월세방에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웅크리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이를 지켜본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더 어려운 노인을 돕자'는 취지로 개금노인참여나눔터를 꾸렸다. 노인 인권운동을 체계적으로 벌이기 위해 노인 인권단체인 한국헬프에이지와 협약도 했다.

공동체가 꾸려지고 1년도 안 지났지만 마을에는 점차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6명으로 시작했던 회원은 26명으로 늘었다. 꽤 떨어진 남구에서도 회원 가입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입소문도 탔다. 월 회비는 3000원으로 회원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로만 정했다.

회원은 지난해 공동체가 꾸리기에 매진했다면 올해 노인 인권 찾기 운동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개금노인참여나눔터 이영순(여·67) 부회장은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마을에 웃음꽃이 피었다"라며 "직접 집회를 열고 봉사활동 하면서 회원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