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남일이네 생선가게'에서 조합원이 생선을 말리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부녀회 봉사활동서 발전해 설립
- 공동어시장서 구입 손질해 판매
- 수익금으로 도시락나눔·집수리

"자~ 구경하세요, 찬 새벽공기 맞으며 고른 생선을 먹기 좋게 손질했습니다."

6일 오전 11시 부산 서구 남부민1동 산복도로 코너에 자리 잡은 '남일이네 생선가게'는 생선을 손질하는 조합원과 구경을 나온 동네 주민으로 북적였다. 남일이네 생산가게 박종흠 이사장이 새벽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나가 싱싱한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구해오면, 자갈치시장에서 20년 넘게 생선을 다룬 베테랑 조합원을 포함해 조합원 8명이 일일이 생선을 다듬어 말린 뒤 판매한다. 이렇게 정성껏 손질한 생선은 남부민1동 동네 주민 식탁에 오른다.

'남부민1동'을 '남일'로 줄여 이름을 붙인 남일이네 생선가게의 첫 시작은 부녀회 회원들의 봉사활동이었다. 2007년 서구 새마을부녀회 회원 30명이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해 생선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기별로 시작했던 도시락 보급이 점차 호응을 얻으면서 매달 나눠주는 것으로 확산됐다. 이에 부녀회 내부에서 동네 주민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마을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지난해 9월 이사 7명과 조합원 30명이 1900만 원을 출자해 마을기업 '남일이네 행복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허름한 작업장을 빌려 썼으나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지원으로 4억6000만 원을 들여 남부민1동 해돋이로에 폐공가를 허물고 지상 2층 규모(총면적 135㎡) 가게를 건립했다.

봉사활동 시절부터 함께 한 홍태희(여·62) 씨는 "산복도로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생선을 먹으려면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좋은 뜻에서 나눠 드렸는데 반응도 좋고 동네 분위기도 살아났다"고 귀띔했다.

수익사업으로 규모가 커졌지만 남일이네 생선가게의 봉사활동은 꾸준히 이어진다. 지난해 하반기 마을기업 설립을 준비하며 잠시 주춤했던 홀몸노인세대 생선도시락, 생선반찬 나눔사업은 올해부터 재개해 매월 2회 진행하고 방문 집수리나 벽지 도배와 같은 주민복지사업도 준비한다. 조합을 설립하면서 수익금 중 10%를 마을 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기로 정한 만큼 봉사활동은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하고 활발해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일정은 2월 말 조합원이 모두 모이는 조합총회에서 결정한다.

남일이네 생선가게의 올해 시급한 목표는 무엇보다도 마을기업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 고등어 축제에서 먹거리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구 새·안·골 축제, 송도 해맞이 축제 등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해 물건을 팔며 수익을 내는데 전 조합원이 힘을 보태고 있다. 또 조기, 가자미, 서대, 고등어, 낭태 등 생선 외에 새우, 김, 미역 등 해산물과 소금, 염장배추까지 판매 품목을 늘리고 있다. 올해는 부산을 넘어 전북 임실지역 마을기업 특산품(팥, 치즈, 블루베리)도 가져다 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박 이사장은 "조합이 탄탄한 수익을 내야 주민에게 일자리를 주고 마을을 위한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