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4번 출구 앞에서 김원석 씨가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지난해 9월부터 부산 판매 시작
- 재능기부받고 제작해 수익나눠
- 자원봉사자 등 홀로서기 도와
- 판매원 5명서 15명 확대 계획

"희망의 잡지 빅이슈(The Big Issue) 신간이 나왔습니다."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7시(주말 제외)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4번 출구 앞에는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을 상징하는 빨간조끼를 입은 김원석(62) 씨가 서 있다. 김 씨는 4일 "날이 맑거나 흐리거나 상관없이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항상 정해진 시간에 나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스스로 '빅이슈코리아 부산네트워크'를 찾았다. 김 씨는 "목공일을 오래했지만, 나이가 들어선지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인터넷에서 우연히 부산에 '빅이슈'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신청했다"고 말했다. 2주간의 수습 과정을 거친 후에 지금은 정식 판매원이 됐다.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빅이슈를 알아주는 이가 있어 즐겁다. 김 씨는 "처음에는 잘 몰라주던 손님이 이제는 부산에 '빅이슈'가 있다면서 한 부씩 사간다"며 "빅이슈를 팔아 저축하고, 나중에는 임대아파트를 하나 신청하는 게 바람"이라고 소망을 전했다.

김 씨가 판매하는 '빅이슈'는 주거취약계층(홈리스)의 자활을 돕기 위해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대중문화잡지다. 한국에선 2010년 서울에 '빅이슈코리아'가 처음 만들어졌고, 부산에서는 지난해 9월 부산 동구쪽방상담소와 (주)해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빅이슈코리아 부산네트워크'를 창립하면서 판매 통로가 열렸다.

빅이슈코리아 부산네트워크는 서울에서 제작된 잡지를 부산지역 빅판에게 공급하고, 이들의 관리를 담당한다. 처음 10부는 빅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에는 수익금으로 잡지를 재구매하는 방식이다. 빅판은 잡지 한 권당 5000원에 판매하며, 이 중 50%인 2500원을 수익으로 받는다. 한 달 열심히 팔면 100만 원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빅이슈코리아 부산네트워크에 따르면 김 씨를 포함해 부산에서 빅판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총 5명이다. 이들이 지난 3개월간 판매한 잡지 수는 총 4662부(지난해 12월 기준)이다. 서면역, 부산대역, 경성대·부경대역, 남포역, 하단역 등 총 5곳에서 빅이슈를 판매한다. 이들은 사회에서 한 번 좌절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 서기가 쉽지 않다. 정식 빅판이 임시 빅판에게 판매 방법을 조언하고, 자원봉사자가 곁에서 응원한다.

빅판 주변에는 이들의 자립을 응원하는 따뜻한 손길이 많다. 연예인과 예술가 등 유명인이 재능기부로 잡지 표지모델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시민이 자원봉사로 힘을 보탠다.

부산관광고 2학년 나민영 학생은 "판매원 아저씨 곁에서 친구들과 빅이슈를 알리는 봉사활동을 한 적 있다"며 "우리는 아저씨 스스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믿고, 항상 응원하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현재까지 45명의 자원봉사자가 빅판 곁을 지켰다.

2016년 빅이슈 부산네트워크의 목표는 사업을 확장해 자활 인원을 늘리는 것이다. 부산네트워크 측은 "현재 5명인 판매원을 올해는 15명 정도로 늘리고, 홍보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