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청년 공유주택 '잘자리'에 사는 입주민 4명이 지난 2일 밤 친구들과 신년회를 하고 있다.

각박한 현실에서 희망을 붙잡기 위해 서로의 손을 마주 잡은 사람이 있다. 2016년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데워 줄 이웃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부산 광안동 주택 2층 빌려
- 장·단기투숙자 4명 공동생활
- 청소 등 공용공간 관리는 함께
- 관심갖고 문의하는 이들 많아
- 부산 다른 곳으로 확대 고민도

'의식주를 간소히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지난 2일 밤 11시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부산지역 청년 공유주택 1호 '잘자리'. 전기장판 위 탁자가 들어앉은 응접실 한쪽 벽면에는 이런 문구를 담은 사회운동가 니어링·스콧 부부의 '자연주의자의 충고'가 걸려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이날 응접실에서 신년회를 벌이던 잘자리 장기투숙자 4명과 그 친구들은 취재진의 방문에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잘 곳'이라는 뜻과 부산말로 '잘 자래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 잘자리가 광안동에 둥지를 튼 것은 2014년 2월. 부산 청년 이홍우(26) 씨가 서울 용산구에 있는 공유주택 사례를 보고 이를 모델로 삼아 부산에도 만들었다. 잘자리는 66㎡(20평) 남짓의 일반 주택 2층에 있는 집에 보증금을 걸고 월세를 내는데, 여기에 드는 보증금은 공동체은행 '빈고'에서 빌렸다. 월세와  관리비는 이곳에 입주한 단기투숙자와 장기투숙자가 나눠 낸다. 단·장기 투숙자는 한 달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현재 잘자리에는 20, 30대 또래 남녀 4명이 장기투숙자로 생활하고 있다.

"청년 주거라고 하면 원룸이나 고시원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같이 밥을 먹을 수 없고 그저 잠만 자는 곳에 불과한데도 비싸고…." 잘자리에서 1년 가까이 머문 장기투숙자 오용택(28) 씨가 말했다. 오 씨는 잘자리 산파 역할을 한 이 씨의 친구로, 잘자리에 관한 애정이 각별했다. 오 씨는 "두 개의 방과 하나의 서재에 투숙자들이 머무르면서 부엌 거실 화장실 등의 공간은 모두 함께 사용한다. 자기 방은 물론 공동 공간도 입주민들이 함께 청소한다"고 소개했다.

잘자리에는 딱히 운영자란 개념이 없고 규율도 없어 보통의 하숙집이나 기숙사와 다르다. 오 씨는 "집 마련에 많은 돈을 대출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관리자가 된다. 권한이 큰 관리자와 작은 구성원 간 눈치 싸움에 무너진 공유주택도 더러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수많은 단기투숙자와 10여 명의 장기투숙자가 거쳐 가며, 모두가 비슷한 권한과 책임을 나눈다는 잘자리의 공유철학이 뿌리내렸다. 외로움이 싫어서, 곁붙이가 그리워서 고립된 고시원을 털고 공유주택으로 모여든 이들은 매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웃을 이해하고, 청소나 빨래 등 책임도 기꺼이 나눴다.

이들은 이런 공유주택 문화에 애착을 가지고 부산대 등지에 공유주택을 확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잘자리에 거주를 희망하는 청년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9세 '청년 1인 가구'는 2010년 415만3077가구에서 지난해 506만551가구로 늘어났으며, 2035년에는 762만8065가구까지 치솟아 세 집 중 한 집 이상이 1인 가구가 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청년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서민과 대학생을 위한 햇살둥지사업의 하나로 방이 여럿 딸린 집을 빌려 위탁업체를 두고 입주자를 모집·관리하는 공유주택 7곳을 현재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