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부산지역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신도시인 '해운대신도시'가 조성됐다. 첫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부산에는 북구 화명신도시, 강서구 명지신도시, 기장군 정관신도시 등 3곳의 신도시가 추가로 조성됐고, 이들 신도시는 지역의 인구·문화·정치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조성 역사 20주년을 맞는 올해 부산 신도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관리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 해운대부터 강서구 명지까지
- 대부분 주택공급 목적으로 조성
- 조기건설 일부 신도시 노후화
- 주변 개발지역으로 인구 이탈
■동부산의 중심 해운대신도시
1996년 부산 해운대구 306만 ㎡ 부지에 1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역 최초의 계획도시가 만들어졌다. 1986년부터 진행된 대역사였다. 부산시는 지역 여건상 택지부족으로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기존 군사시설보유구역의 유휴공간을 계획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택난을 완화하고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동남권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당시만 해도 해운대구는 단지 해운대해수욕장이 있는 곳 정도로 인식됐지만 해운대 신도시 개발을 기점으로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부산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부자동네 반열에 올라섰다.
이는 공시지가 상승률에서도 잘 나타난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좌동 벽산1차아파트의 3.3㎡당 공시지가는 1997년 64만 원에서 올해 156만 원으로 2.5배가량 급증했다. 해운대 신도시 대부분의 공동주택의 3.3㎡당 가격은 1000만 원을 웃돌 정도로 지난해 부산지역의 신규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955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운대 신도시의 개발 계획을 보면 목표 세대수 3만3400세대 중 공급세대수의 57.5%가 60㎡ 이하로 구성됐다. 해운대 신도시의 인구는 개발 전인 1994년 461세대 1567명에 불과했다. 1996년 5월 신성아파트 등 8개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인구는 급증했다. 신도시 이주가 본격화한 1997년 1만1151세대, 9만3546명에서 롯데4차아파트의 마지막 입주가 완료된 1999년 10만423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 2011년까지 10만 명대를 유지하다 2012년부터 9만 명 후반대에 정체돼 있다. 2015년 11월 말 현재 해운대 신도시에는 3만5457세대, 9만7782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신도시 개발 10년을 넘기면서 노후화된 집과 시설에 피로감을 느낀 주민들이 2006년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등 주변 지역의 개발 바람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충분한 녹지공간 및 생활편의시설과 함께 장점으로 꼽혔던 접근성도 주변 지역 개발과 해운대해수욕장의 발전으로 신도시를 떠나고 싶은 주요 이유가 될 정도로 나빠졌다.
젊은 층 중심으로 만들어진 개발 방향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1998년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4116명으로 해운대 신도시 인구 대비 4.2%였지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3년 6.2%, 2006년 7.3%, 2008년 8.1%, 2011년 9.0%를 넘어서 현재 10%에 육박한다. 고령화 사회의 기준이 되는 7%를 넘어선 해운대 신도시는 고령자 중심의 시설 및 정책이 필요하다.
■화명·정관·명지, 지역 발전 견인
부산 북구 화명신도시는 서부산권의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사상공단과 강서지역 개발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향후 서부산권의 개발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화명신도시는 화명2~4택지지구로 구분해 조성했는데, 화명3택지지구는 1996년에 조성이 완료돼 해운대신도시와 비슷하고, 화명4택지지구와 2택지지구는 각각 1999년과 2002년 완공됐다. 3개 택지지구의 면적은 193만여 ㎡이고, 수용 인구는 7만6000여 명으로 계획됐다. 1995년 2만9500여 명이던 화명신도시의 인구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9만6240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화명신도시도 해운대신도시와 마찬가지로 65세 이상 고령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신도시 인구 대비 9.2%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인 인구 관리는 화명신도시가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화명신도시의 경우 도시철도 2호선이 관통해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생활 편의시설도 풍부한 편이지만 녹지공간이 부족하고, 여가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향후 신도시의 재개발 시 이 부분이 중점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장군 정관면 일원 416만 ㎡ 부지에 조성된 정관신도시는 2008년 조성사업이 완료됐다. 정관신도시는 조성 초기 기반 시설과 생활편의 시설의 미비로 아파트마다 미분양이 속출했고, 입주율이 크게 떨어져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기장군의 정책적인 노력과 기반 시설 확충으로 급속도로 인구가 늘었고, 지난해 11월 말 현재 7만1520명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에는 정관면이 정관읍으로 승격하기도 했다. 정관신도시는 현재도 아파트 건설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관신도시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의 입주 연도가 2008년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 해운대신도시나 화명신도시 등에서 나타나는 노후 주택 문제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 인구 구성 역시 30, 40대가 주를 이뤄 노인 문제도 다른 신도시보다 훨씬 덜한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통 여건이 좋지 못한 편이어서 향후 도시철도 연장 등을 통해 교통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서신도시'는 명지신도시(오션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 신호주거단지 등으로 나뉜다. 오션시티는 이미 입주가 완료됐고, 명지국제신도시와 신호주거단지는 올해 입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서신도시의 입주가 모두 끝나면 6만6000여 명의 인구가 유입돼 서부산권 최대 규모의 주거단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기반 시설은 여전히 미흡하다. 도시철도는 고사하고 강서구 내부를 순환하는 대중교통 노선이 하나도 없다. 기존 시내버스 6개 노선은 경남 차고지에서 이 일대를 거쳐 사상이나 신평 일대로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강서신도시가 서부산권 개발의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및 기반시설의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 지속가능 성장 위해 민관협의체 꾸려 장기 청사진 마련을
한국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은 신도시 관리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후한 신도시를 재개발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는 프랑스와 일본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도시인 보비니 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파리로 몰려든 사람을 위한 노동자 주거지역으로 개발됐다. 보비니 시는 경관이나 지역의 정체성, 공간의 연계성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조성돼 주거환경은 갈수록 나빠졌다. 무분별하게 형성된 공원은 위협적인 공간으로 변했고 단지별 정체성 결여, 범죄 증가, 공동주택 유지보수 지연 등의 문제가 악순환됐다.
보비니 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협의회를 구성했다. 시와 주민, 정치인, 도시계획가 등이 모인 '보비니 재개발 아틀리에 ABC'가 그것이다. 이 협의회는 보비니 시의 재개발을 전담하고 토지매입, 용도지역 변경, 도로 구획, 시설 유치 등 행정적 체계를 집중해 막강한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 이후 노후한 신시가지는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일본의 고호쿠 뉴타운은 1960년대 도쿄와 요코하마 등 대도시의 인구가 급증하고, 주택난이 가중되면서 개발됐다. 고호쿠 뉴타운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발계획 발표 이후부터 현지 주민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사업 결정 이후부터 시민들 위주로 결성된 개발협의회는 시와 시행주체인 공단과 연합해 '사업추진연합 협의회'를 결성했다. 협의회는 개발계획과 조성공사 등 사업의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눴고, 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해운대신도시나 화명신도시가 앞선 두 도시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도시의 경우 지속가능한 성장관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관리조직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황영우 연구원은 "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주민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협의체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해운대신도시 세대수 및 인구수 추이(명) |
연도 |
세대수 |
인구수 |
1994 |
461 |
1576 |
1997 |
1만1151 |
9만3640 |
1999 |
2만9411 |
10만4231 |
2001 |
3만853 |
10만2825 |
2003 |
3만817 |
10만844 |
2009 |
3만3654 |
10만557 |
2012 |
3만4402 |
9만9788 |
2015 |
3만5457 |
9만7782 (11월 기준) |
※자료제공 : 부산 해운대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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