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현동 금괴사건…文 구속하라" 

- 플래카드 내걸고 시너 뿌려

- "친형 보물발굴 투자 받았는데

- 참여정부가 금 빼돌렸다" 주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흉기를 든 범인이 인질극을 벌였으나 1시간 만에 붙잡혔다. 인질극을 벌인 당사자는 문 대표가 부산 남구 문현동 금괴 발굴 사건과 연관 있다고 주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30일 오전 8시50분 사상구 감전동 문재인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정모(55) 씨가 흉기와 시너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문 대표의 정책특보인 최모(52) 씨를 공격했다. 

정 씨는 길이 30㎝ 흉기 손잡이로 최 씨의 머리를 내려친 뒤 사무실로 끌고 가 청테이프로 손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사무실 안에 시너를 뿌렸다. 또 소화기 등 사무실의  집기류를 밖으로 던져 창문을 깨뜨리고 '문현동 금괴 사건 도굴범 문재인을 즉각 구속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뒤 기자들을 불러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무실 뒤쪽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정 씨에게 인질극을 멈추라고 설득했고, 이에 심리적 압박을 느낀 정 씨는 오전 10시15분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 경찰에 체포됐다. 최 씨는 가벼운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시민이 몰리면서 지역구 사무실 옆 4차로 중 1개 차로가 통제돼 이 일대에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이 사건을 목격한 시민 최민호(34) 씨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오전 일찍 문 대표 사무실이 언제쯤 문을 여는지 물어봤는데 조금 있다 창문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내다봤더니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남성의 인상은 평범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는 2005년 보물투자사기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형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보물탐험가인 형이 2002년 남구 문현동에서 일제가 약탈해 숨긴 수십조 원의 금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16m 깊이에 있는굴을 발견했는데 참여정부가 도굴꾼들과 모의해 발견 사실을 언론에 은폐하고 금괴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정 씨의 형은 금괴 발굴과 관련해 투자를 받았다가 결국 금괴가 나오지 않자 2005년 투자자들로부터 사기·무고 혐의로 구속되는 등 형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은 정 씨가 한 달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애초 정 씨는 내년 1월 4일 시무식에 맞춰 범행을 계획했지만, 사람이 많아 실패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범행일은 이날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 씨가 진술이 또렷하고 분명해 특별한 정신병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