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한 기원에서 동호인이 바둑을 두고 있다.

- 유치원~대학 동아리까지 인기

'돌부처' 이창호 9단. 11살에 프로기사로 입단해 13살에 최연소 우승한 바둑천재. 타고난 천재성과 집중력으로 세계의 고수들을 꺾은 이창호 9단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이창호 9단을 모델로 한 주인공 최택 6단(박보검 분)이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금은방 아들이라는 배경뿐만 아니라 말수 적고 숫기 없는 성격, 정장 차림과 대국 자세, 그리고 소재로 사용하는 대국까지 이창호 그대로다.

최근 응팔이 15.4%(지난 26일 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간 바둑은 고리타분함의 대명사로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만화 '신의 한 수', 바둑 기사 '장그래'의 직장생활을 담은 웹툰·드라마 '미생'에 이어 응팔까지 바둑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바둑계에도 서서히 부활의 바람이 분다.

한국기원은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유치원 바둑교실 사업에 신청 유치원이 몰려 4.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총 50개 유치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225개 유치원이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겠다고 나선 셈이다. 또 지난 22일 있었던 대학바둑한마당에는 150여 명이 지원해 평년의 110여 명보다 참가자가 27%가량 늘었다. 한국기원은 내년 국비 예산을 더 확보해 바둑교실을 80개까지 늘리는 등 사업을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바둑에 대한 인식변화는 대학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부산대 바둑동아리 효원기우회는 최근 신입생 모집에서 30여 명의 학생이 지원해 평소보다 배가 입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에는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둬 온 소수 유단자만이 동아리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바둑을 배우려는 입문자가 늘었다. 강병철 회장은 "각종 미디어에서 호의적으로 다뤄져 동아리 탈퇴율도 줄었다"고 말했다.

바둑인들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기사 이기섭 7단은 "바둑이 만화,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바둑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며 "바둑이 올해 소년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전국체전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