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립자가 재정·인사권 독점

- 족벌체제·폐쇄적 운영 질타

- 교육청 부실감사도 문제점

부산의 사립고인 B고는 지난해 9월 매달 급식비 500원을 기습 인상해 1개월 전부터 소급 적용했다. 이에 학부모들이 반발해 부산시교육청이 조사에 착수하자 학교 측은 교육청 지원금 3500만 원이 누락돼 계산 착오가 있었다며 지난 2월 급식비를 다시 돌려줬다. 이 학교 재단 설립자의 아들인 교장은 중국수학여행 답사를 2차례 다녀오면서 과도한 답사비 지출과 영수증 미비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동행한 교사 한 명이 여행업체로부터 15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시교육청은 오히려 이 같은 민원을 제기한 교사의 신원을 학교장에게 알려줬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은 교사에 대한 교육청의 징계 요구에도 재단 측의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학의 재정비리만큼 흔한 게 채용 승진 비리다. 시험지 유출과 성적 조작으로 이사장 자녀와 친척들을 부정 채용하는 것은 다반사다. 최근 수학교사의 시험문제 유출 파문이 있었던 D고는 2009, 2010년 신규교사 채용에서 이 학교 행정실장 A 씨가 인사위원회를 임의로 구성하고 채점위원 선정, 시험문제 보관 및 출력을 단독으로 진행해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을 대거 교사로 채용하는 등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끝내 감사와 검찰 수사에 꼬리가 잡혀 A 씨는 해임 처분을, 이사장과 교장 교감 등은 경고 조치만 받았다.

최근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잇단 사학비리는 학교 설립자의 재정권과 인사권 독점이라는 구조적 문제에다 시교육청의 부실한 감사기능까지 겹쳐 총체적인 난국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18일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와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부산시교육연구정보원에서 열린 '사학비리 근절과 부실사학 정상화를 위한 부산시민 토론회'에서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사학비리 현황과 문제점이 쏟아졌다.

이처럼 수년간 구조적 비리가 되풀이되는 것은 사학이 폐쇄적인 운영과 족벌 체제로 법규와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립학교의 위치는 독특하다. 부산의 사립고등학교 비율은 전체 고등학교의 53.8%로 절반을 넘는다. 학교운영비를 공립처럼 세금으로 지원받으면서도 인사·재정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사립학교 129개교(초중고교) 중 95개교(74%)가 내야 할 법정부담금의 9%도 내지 않았다. 10개교는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고, 1% 미만 등 소액만 낸 학교가 수두룩했다. 이들 사학이 설립 당시 약속한 법정부담금을 못 채워도 교육청은 학생들의 교육권에 볼모가 돼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