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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은 세워졌지만…아직 끝나지 않은 주민들의 외침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10년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15-12-04 21:00:25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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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남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에서 주민 김정회 씨가 마을 야산에 세워진 송전탑을 가리키고 있다. 이민용 기자
- 2005년 항의 시위로 시작돼
- 2명 희생·283명 입건 등 상처
- 에너지정책 변화 일궈냈지만
- 보상 합의 놓고 주민 불화·갈등
- 193가구 수령 거부로 불씨 남아
- 오늘 10주년 기념문화제 개최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을 하루 앞둔 4일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에서 만난 김정회(44) 씨는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에 나섰고, 밀양 주민은 건강과 재산 피해 등을 호소하며 10년간 싸웠다. 2005년 12월 5일 한전 밀양지사 앞에서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들이 항의시위를 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의 서막이었다.

120가구가 사는 동화전마을 뒷산에 이미 들어선 송전탑은 2기(95, 96호). 동화전마을에서도 격렬한 반대 투쟁이 벌어졌다. 주민 전체가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에 초소를 짓고, 순찰대를 편성했다. 폭염 속에서도 공사 현장인 해발 500m 산을 오르내리던 어르신의 탈진이 속출했다. 이처럼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화전마을은 올해 정월 대보름 행사를 열지 못했다. 송전탑 보상에 합의한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간 불화 탓이다.

밀양지역 5개 면에 들어선 69기의 송전탑 반대 투쟁의 상처는 컸다. 지난 10년간 주민 2명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시법 등의 위반 혐의로 주민 283명이 입건됐고, 이 중 69명이 기소됐다. 당시 동화전마을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 씨 역시 업무방해 등 15가지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6월 항소심에서 형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주민의 희생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끌어냈다. 정부는 올해 7월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하고 전력 수요지 근처에 분산형 전원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밀양법'으로 불리는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 보상과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도 지난해 1월 제정됐다. 한전이 매년 2000억 원 이상의 재원을 풀어 전국 765kV, 345kV 송전선 인근 주민에게 보상하도록 했다. 김 씨는 "정부의 고리원전 1호기 폐쇄 결정에도 밀양 송전탑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일궈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라고 말했다.

불씨는 여전하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시험 전력 송출을 시작,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하지만 밀양지역 전체 보상 대상 2200여 가구 중 193가구가 보상을 거부하며 여전히 송전탑 철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찾은 동화전마을도 10가구가 한전의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상동면 고정리 115호 송전탑 아래 농성장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송전탑 철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 밀양역 앞에서는 매월 격주로 송전탑 철거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투쟁 백서 및 화보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와 기념콘서트를 열었다. 밀양에서는 5일 오후 '밀양 송전탑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를 열고 마을별로 순례 행사를 진행한다.

◇ 밀양송전탑사태 주요 일지

2000년 
1월 

제5차 장기전력수급계획 확정 
발표

2001년 
5월 

한전, 송전선로 경유지 및 변전소 부지 선정

2005년 
8월 

한전, 밀양지역 주민설명회

2005년 
12월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한전 밀양지사 첫 시위

2007년 
11월

정부,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 승인

2008년 
7월

주민들, 송전선로 백지화 요구 
첫 궐기대회

2009년 
12월

국민권익위 주관 밀양 송전탑 
갈등조정위 구성

2011년 
5월∼7월

밀양주민-한전 대화위원회 운영, 18차례 대화

2012년 
1월 16일

이치우(당시 74세) 씨 송전탑 
반대 분신 자살

2012년 
3월 7일 

밀양 송전탑 구간 공사 중지

2012년 
6월 11일 

밀양 송전탑 구간 공사 재개

2012년 
9월 24일 

국회 현안 보고, 밀양 송전탑 
구간 공사 중지

2013년 
5월 15일 

한전, 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 
공식화

2013년 
5월 20일 

한전, 공사재개 시도, 
지역주민 대치

2013년 
9월 11일 

정홍원 국무총리 밀양 방문

2013년 
10월 2일 

한전, 경찰 보호 아래 송전탑 
52기 공사 재개

2013년 
12월 6일 

상동면 유한숙(당시 71세)씨 
음독 사망

2014년 
6월 11일  

밀양시, 5곳 송전탑 반대 농성장 철거 행정 대집행
한전, 밀양지역 송전탑 건설 공사 착수

2014년 
9월23일 

한전, 송전탑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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