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입수한 명지동 모 아파트의 분양자 개인정보 유출자료. 김준용 기자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짓고 있는 한 아파트의 수분양자(분양권을 받은 사람) 수백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명지국제신도시 건설 등의 영향으로 강서구 일대에 대형 아파트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부동산업계가 아파트 수분양자의 개인정보를 사고판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첫 사례다.

강서경찰서는 명지동에 건설 중인 한 아파트 분양대행사 직원이 지난 6월 명지동 A부동산에 아파트 수분양자 694명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겼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직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B 씨의 이메일과 등기우편을 통해 A부동산에 수분양자 694명의 개인정보를 전달했다. A부동산은 이 직원에게 현금 250만 원을 건넸으며, 넘겨받은 개인정보로 수분양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파트 분양권 매매를 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주 A부동산 대표를 소환해 개인정보를 샀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경찰은 A부동산이 이 직원에게 건넨 돈이 개인정보를 넘겨준 데 따른 대가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이 직원이 수분양자 정보를 A부동산에 넘겨준 시간과 부동산으로부터 돈을 입금받은 시간이 3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대가성이 짙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현행법상 개인정보법 위반은 대가성 여부가 아닌 유출만으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나 불법 대부업체 등으로 넘어간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유출된 개인정보가 이런 불법 조직에 넘어갔다면 범죄로 악용돼 2·3차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이 A부동산에 넘긴 개인정보 자료를 본지가 확보한 결과, 자료에는 수분양자들의 이름, 생년월일, 분양받은 아파트 동과 호수 등이 기재돼 있었다. 수분양자 박모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여름까지 부동산에서 아파트를 팔라는 전화가 종종 왔다. 워낙 부동산에서 전화를 많이 받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생일과 전화번호, 이름까지 유출됐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사가 수분양자의 정보를 부동산에 넘긴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이번 사건은 실제 개인정보 유출 현장을 포착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분양자의 개인정보 유출은 비일비재하지만 적발된다 하더라도 수백만 원의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처벌 강화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