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관리운영권을 회수하는 공익처분을 결정한 마창대교. 국제신문DB

- 개통 당시 재정보전 협약 따라
- 향후 24년 지급할 돈 3188억
- 내년에도 물가연동 통행료 인상

- 道 "업자 폭리, 운영권 회수해야"
- 맥쿼리 "검증 거쳐 계약" 반발
- 같은 방식 운영 10곳 지자체 관심

경남도가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마창대교의 운영 사업자 지정 취소를 통해 관리운영권을 회수하는 공익처분을 결정함에 따라 도와 마창대교의 지분 70%를 소유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 간 싸움이 본격화됐다.

지자체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자의 지정 취소를 위한 공익처분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남과 강원 등도 이번 공익처분 결정에 많은 관심을 보여 상황 전개 양상에 따라 다른 지자체의 유사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SOC 시설 11곳을 운영하는 글로벌 투자회사 맥쿼리와 도의 승부에 관심이 쏠린다.

■"사업자만 이익" vs "사회적 편익"

도가 공익처분을 결정한 것은 재정보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도는 2008년 7월 마창대교 개통 이후 지난해 말까지 맥쿼리 측에 MRG(최소운영수익보장) 보전비용 등으로 모두 749억 원을 지급했다. 경남발전연구원 분석 결과 현행 투자협약서대로라면 사업 기간(30년) 만료 시점(2038년)까지 3188억 원의 재정보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이와 달리 사업자의 수익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하루 평균 통행차량은 개통 초기 1만5000여 대였으나 지난달 말 기준 3만2000여 대로 늘어 목표 통행량(3만7099대)의 85.1%에 달한다. 개통 당시 승용차 기준 대당 2500원이었던 통행료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2800원으로 올리는 대신 인상분 300원을 도가 보전해주고 있다. 차량 통행량이 늘수록 맥쿼리 측에 지급해야 할 통행료 보전비는 급증하게 된다. 통행료는 물가인상분을 반영해 인상하는데, 내년에는 통행료(승용차 기준)를 2860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이에 따라 도가 내년에 맥쿼리 측에 지급해야 할 돈은 200억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도 하병필 기획조정실장은 "도민의 세금으로 민간사업자의 배를 불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맥쿼리 측은 도의 공익처분이 글로벌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창원 마산합포구 가포동과 성산구 귀산동 간 1.7㎞를 잇는 마창대교 개통으로 거리(7㎞)와 시간 단축(약 28분), 유류비 절감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승용차 기준 6600원에 달한다고 맥쿼리 측은 설명하고 있다. (주)마창대교 김종호 대표이사는 "도가 마창대교 개통에 따른 사회적 편익과 협약서에 대한 전문가 검증을 거쳐 계약해놓고 이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거가대교 재구조화 모델 통할까

도가 공익처분을 결정한 데는 재정 절감 모범 사례로 꼽히는 거가대교 재구조화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 거가대교의 건설적 투자자인 대우건설컨소시엄과 협상을 통해 40년간 5조3000억 원을 절감한 모델을 마창대교에도 적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도 정홍섭 재정점검단장은 "거가대교 재구조화 성공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마창대교 공익처분을 성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가 재구조화 모델로 삼는 거가대교와 마창대교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거가대교는 건설적 투자자인 대우건설컨소시엄이 거가대교 완공 후 재무적 투자자로 사업권을 넘기기 전 도와 부산시가 승인권을 지렛대로 경남도·부산시·재무적 투자자 3차 합의로 재구조화를 이뤘다. 반면 마창대교는 건설적 투자자인 현대건설이 공사를 마친 뒤 맥쿼리로 재무적 투자자가 변경됐다. 맥쿼리는 MRG 보전, 통행료 징수 등과 관련해 협의를 거쳐 이미 도와 협약을 마친 상태다.

■관리운영권 회수까지 '산 넘어 산'

도는 다음 달 초순 맥쿼리 측의 관리운영권 회수를 위한 공익처분 신청서를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심의위원회에 제출한다. 도 공익처분의 1차 관문은 민투심의위이다. 민투심의위가 도의 공익처분을 승인해도 맥쿼리 측이 수용하지 않을 땐 공익처분취소 소송 등 지루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맥쿼리 측은 "공익처분 절차가 진행되면 관련 법률 및 실시협약에서 정한 분쟁절차에 따라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맥쿼리 측이 새로운 양보안을 제시해 도와 재정보전금 부담 비율 조정 등에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