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지원기관과 기능 중복
- 차별화 고민없이 수만 늘려
- "창조형 기업 키우려면
- 질적 성장으로 눈 돌려야"

부산시가 오는 2030년까지 '아시아 제1의 창업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창업 진흥 등 창업생태계의 질적인 향상보다는 창업 인프라의 양적 팽창에만 정책 방향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25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5년 부산창업가의 날'을 맞아 지역창업 활성화 9대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9대 중점 과제는 ▷거점형 창업선도대학 확대 ▷액셀러레이터 육성 및 센텀 TIPS타운 오픈 ▷판로개척 지원 ▷창업지원펀드 1조 원 조성 ▷창업카페 100곳 오픈 등이다.

그러나 시의 이번 창업 활성화대책에는 창업기업의 생명력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창업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 창업카페(본지 지난 5월 28일 자 1·3면 보도) 확대다. 시는 지난 7월 송상현광장에 개소한 창업카페 1호에 이어 내년 상반기 서구 부산대병원 인근과 부경대 인근에 각각 2, 3호 카페를 개설할 계획이다. 또 2018년까지 10곳(창업지원형 5곳·민간참여형 5곳)을 열고 2030년까지 창업지원형 10곳, 민간참여형 90곳 등 총 100곳의 창업카페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창업카페는 예비 및 초기 창업자에게 정보 공유와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여러 창업지원기관에 흩어진 사업을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창업카페는 부산경제진흥원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시 출연기관과 일선 대학, 중소기업청 등 창업지원기관과의 차별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창업카페 1호의 경우, 송상현광장을 활용해 개소 당시 1억4000만 원의 구축비(리모델링)와 연간 3억 원 정도의 운영비가 소요된다. 민간건물을 활용하는 창업카페 2호는 구축비(임차료와 리모델링 등) 7억 원에 연간 운영비가 3억 원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90개를 조성하겠다는 민간참여형 창업카페는 시중의 프랜차이즈 카페와의 협약을 통해 창업을 위한 일정한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가 창업정책의 패러다임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꿔나갈 때라고 조언한다. 부산의 창업생태계는 소위 '통닭집' 같은 생계형 창업 비중이 66.5%로 창조형(기술형) 창업 비중(13.9%)의 5배에 달한다. 또 고성장기업 비중도 수도권이 58.2%인데 비해 부산지역은 5.5%에 불과하다.

한 창업기업 대표는 "창업자들이 정보를 교류할 공간이 부족하거나 정보가 없어 애로를 겪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미 창업카페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관도 많다"며 "이제는 시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술창업 지원에 대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부산시 창업활성화 주요 과제

- 거점형 창업선도대학 3개→5개로 확대(2018년). 10곳 추가(2030년)

- 창업 지원펀드 1조 원(2030년) 조성

- 창업카페 100개소(2030년) 확대

창업지원형 10곳·민간참여형90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