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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초 대마도에 표착한 조선인 어부 일가가 한가롭게 바둑을 두는 모습(독일인 의사 시볼트의 책 '일본' 중에 수록). |
- 17세기 말께 구호체계 구축
- 식량·부식은 신분 따라 차등
- 대마도주, 본토인 분리수용
- 이권침해 우려 왜관과 격리
해난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차이만 있을 뿐 계속 있었던 일이다. 오늘날만큼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것은 아니지만 구조에서 접대, 송환으로 이루어지는 표류민 구조체제는 전근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적 국제관계의 상징으로서 그 밑바탕에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었다.
삼면으로 바다를 접한 우리나라는 인근 국가로부터 조난한 표류민이 더러 들어왔다. 일본인이 가장 많았는데 물자를 운송하는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주로 남해안에 표착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어민으로 남해안에서 고기를 잡다가 조난해 일본으로 떠밀려간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디에 표착이 되건 표류민으로서 상호 인정을 받으려면 무기 소지나 침탈행위가 없어야 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표류민에 대한 구호예규를 갖추고 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은 17세기 말인 조선 후기로서 그 중심에 동래부와 초량왜관이 있었다. 특히 우암포에는 지금의 외국인수용시설과 같은 표민수용소가 있었다. '증정교린지'에 의하면 표류민의 표착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우암포로 오는 절차와 코스는 달랐다. 그 첫 번째가 경상좌도 즉 동래부 인근 해상에서 발견한 표류민이다. 이때는 동래부에서 표류민에 대한 조사와 구호책임을 진 문정관을 보내 이들의 사정을 알아봤다. 그런 다음 우암포 수용소로 보내면 왜관의 수장인 관수(館守) 등의 입회하에 접수되었다. 두 번째는 경상좌도 즉 거제·통영해역에서 표류민이 발생하면 거제도의 옥포수군첨사에 소속된 역관이 이들의 사정을 알아본 후에 다대포로 압송했다. 그러면 동래부에서는 즉시 왜관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관수는 일본어 통사를 대동하여 표류민을 인수, 우암포로 옮겼다. 세 번째 호남이나 영동 지방의 일본인 표류민은 육로로 서울에 압송하여 동래부로 보내거나 아니면 동래부로 직송해 우암포에 수용했다. 마지막으로 대마도에서 건너온 표류민은 예외로 오늘날 용두산 일대에 자리했던 초량왜관에 체류토록 하였다. 이곳은 일본의 상관이자 공관으로서 대마도주의 영향을 받으며 일본인 표류민에 대한 창구 기능을 하고 있었다.
주목할 것은 같은 일본인이라도 대마도인과 본토인은 수용하는 곳이 달랐다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말하면 대마도주가 본토인들에게 초량왜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왜관을 드나들면서 조선과의 통교와 교역상황 등을 인지하고서 왜국에 폭로하면 그만큼 독점 이권이 상실되는 것은 물론 간접적으로 조선 정부와 외교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 우려되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거제도 옥포에서 다대포로 건너온 일본 본토 표류민을 우암포로 송환할 때였다. 다대포에서 지금의 남항을 거쳐서 자갈치 앞을 지나 부산 내항으로 오는 안전한 코스를 밟으면 될 것을, 파고가 높은 영도 남단인 태종대를 빙 돌아 오륙도를 거쳐 갔다. 내항 코스를 택하면 오는 중에 본토인이 초량왜관을 곁눈질할 것 같아 사전에 막았던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대마도주가 얼마나 초량왜관을 독점 공관으로 두고 싶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런 눈치 속에서 표민수용소도 운영되었다.
이러한 절차에 의하여 일단 우암포에 수용된 표류민은 동래부의 수군만호영에서 차출된 군관과 초량왜관에서 파견한 일본인들이 5일마다 교대하면서 보살폈다. 체류할 동안 먹을 식량과 부식도 주었는데 이것은 신분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었다. 이들이 귀국할 때는 작은 연회를 베풀면서 광목과 쌀을 전별금품으로 주었다. 이러한 사실은 1692년 절영도에 표류해 왔던 일본인들이 귀국하여 남긴 조선표류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으며, 고마움도 잊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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