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대리점주 지위 이용 휴대전화 분실 보상 가로채

남부서 2200만 원 부당이득 30대 대리점주 불구속입건



이동통신사 대리점주의 지위를 이용해 허술한 휴대전화 보험 체계를 파고드는 새로운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12일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분실보험에 가입한 뒤, 허위로 분실 신고를 내 22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로 김모(32) 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부산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일하며 알게 된 이모(28) 씨 등 7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지난 2월부터 4월 사이에 피해자와 본인 명의로 11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설명했다. 개통된 휴대전화는 모두 피해자 명의로 분실보험에 가입됐는데, 통신 요금과 보험료는 모두 김 씨 통장에서 인출돼 피해자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김 씨는 이렇게 장만한 11개의 단말기를 서울에 있는 중고 휴대전화 취급 업체에 팔아 대당 50만~60만 원씩을 챙겼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주인 휴대전화 분실보험의 허점도 잘 알고 있었다. 김 씨는 중고 휴대전화 업체에 단말기를 팔아넘기면 인터넷을 통해 경찰에 휴대전화 분실 신고를 냈다. 이후 보험사에 경찰 신고 접수번호를 제출하며 휴대전화 분실을 알리자 보험사는 곧 새로운 단말기를 지급했다. 이때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 본인에게만 단말기를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이동통신사 대리점주인 김 씨는 "우리 매장에서 가입한 고객의 부탁을 받아 대신 찾으러 왔다"고 둘러댔다. 보험 가입자 정보와 보험 가입·분실 시기 등을 정확히 알고 있는 김 씨에게 보험사는 별 의심 없이 물건을 건넸다.

　하지만 두 달 동안 20회에 걸쳐 같은 기종을 보상받는 김 씨를 의심한 보험사 직원의 신고로 범행은 꼬리를 밟혔다. 경찰 관계자는 "업자인 김 씨가 신분증 사본 한 장으로 휴대전화 개통과 분실보험의 허점을 알고 파고들었다"며 "보험사가 보상할 때 신분증 사본 외에도 등본 등 실제 명의자만 제출할 수 있는 서류 요건을 갖춰 이런 피해가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 당국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