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최대 용공 조작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이른바 '부림사건'의 피해자 가족에게 국가가 억대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담당 재판부는 이번 소송의 선고에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과거 사법부의 잘못을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2일 부산지법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8부(김창형 부장판사)는 부림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확정받은 뒤 재심에서 누명을 벗은 노재열, 최준영 씨 가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 씨 가족에게 3억 원을, 최 씨 가족에게는 3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부림사건 피해자들을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까지 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뒤 공소를 제기했고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며 "이러한 공권력 행사는 불법행위에 해당해 국가배상법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노 씨와 최 씨는 무려 729일과 691일 동안 각각 구금돼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이로 인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며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이 조직적으로 불법체포와 구금,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로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될 범죄"라고 규정했다.
앞서 노 씨와 최 씨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뒤 형사보상을 청구해 각각 1억5192만3600원과 1억4400만4400원(구금 일수 1일 20만8400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선고 당일 "과거 군사정권 시절 수사기관이 저지른 불법에 대해 사법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이 판결로 조금이나마 피해 회복이 되길 바란다"고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