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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18> 두더지

갑옷 두른 몸, 대삽 닮은 발…1분이면 '지하벙커'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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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파기 선수로 최적화된 몸
- 눈은 작아지고 털엔 방수기능


- 기름진 목초지 땅속 돌아다니며
- 지렁이 등 먹어 


- 햇빛 보면 죽어? 잘못 알려진 사실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목초지에는 하얀 양 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고 발아래에는 두더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이놈 두더지는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독특한 형상의 포유류다. 땅속에 사는 놈 같지 않게 두꺼운 지방질로 살이 통통했고 작은 눈이 선량하고 재미있다.

   
더욱 놀란 것은 몸보다 어울리지 않게 발달한 앞발이었다. 아주 억세고 컸다. 땅속을 파헤쳐 살아가기 위한 생존을 위함일 것이다.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자신을 경남 남해군 설천면 양모리학교 마태용(47) 교장이라 소개하며 자신의 목장 초지에 두더지가 만들어놓은 흔적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과연 그랬다. 목장 초지 여러 군데에 흙이 위로 부풀려 솟아 있었다.

양 떼 목장 초지에 왜 두더지가 살고 있을까. 아마 양 배설물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양 떼가 풀을 먹고, 그 배설물을 지렁이가 먹고, 다시 지렁이 똥이 토양이 되고 초지를 기름지게 만든다. 이처럼 생태계는 공생관계이다. 양 떼 목장에 지렁이나 땅강아지 등 먹이가 많으므로 이를 좋아하는 두더지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름다운 한려해상이 눈앞에 펼쳐진 푸른 목초지 위에는 하얀 양 떼가 살고, 땅 속에는 두더지가 서식하고 있다.
목장 초지에서 실제로 두더지가 사는 굴을 발견했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인 두더지를 낮에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두더지 구멍을 찾아볼까. 땅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더지가 지나간 곳은 땅이 솟아 있고 나뭇잎으로 잘 위장돼 있으므로 그 주변을 살펴보면 된다. 초지 한쪽 땅이 파헤쳐진 것을 발견했다. 한두 군데가 아니고 여러 군데 흙이 위로 많이 솟아 옆으로 꽤 길게 파진 땅굴이었다. 두더지가 파 놓은 게 틀림없다. 정말 긴 터널 같다. 그런데 두더지는 어디 있을까. 아마 땅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 짐작이 들었다.

   
습하고 흐린 날씨에는 낮에도 땅속에서 들썩이며 굴을 파는 두더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두더지는 터널 생활에 아주 편리한 몸을 갖고 있다. 필요 없는 것은 스스로 퇴화시킨 것일까. 앞뒤 다리는 매우 짧지만, 발바닥이 넓고 커 삽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런 삽 같은 발로 땅속에 길을 내고 다닌다. 마치 불도저가 흙을 파서 밀어내듯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앞발로 파낸 흙을 밖으로 밀어 내보낸다. 두더지는 1~2분이면 제 몸을 숨길 수 있는 구덩이를 팔 수 있다.

땅속에서 흙을 파낼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두더지의 털이다. 털로 판다는 게 아니라 털의 생김새가 다른 동물과 다르므로 불도저처럼 흙을 팔 수 있다는 뜻이다.

   
두더지가 땅을 파고 남긴 흙무더기.
두더지의 몸은 윤이 나는 새까만 털로 덮여 있다. 만져보면 고급 벨벳을 만지는 듯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털이 벨벳처럼 보이는 이유는 털이 하나하나 똑바로 서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짐승의 털은 보통 몸의 부위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누워있다. 그래서 전진할 땐 문제가 없지만 반대로 후퇴할 땐 털의 방향 때문에 털이 걸리게 된다. 반면 두더지의 털은 똑바로 서 있으므로 전진과 후퇴에 방해되지 않아 좁은 터널 생활에 아주 편리하다.

땅속 생활에 알맞게 두더지의 눈은 쓸모가 없으므로 퇴화해 털 속에 파묻혀 있다. 바늘구멍같이 작지만, 보석처럼 빛났다. 눈으로 보는 대신 냄새를 맡고 움직이기 때문에 코가 예민하다. 앞발은 호미보다 날카롭고 뒷다리는 타이어만큼 강하고 질기다. 주둥이는 송곳처럼 날카롭고 강했다. 피부는 갑옷처럼 질기고 털은 물에도 젖지 않고 흙도 묻지 않는 특수 모이다. 여기에 뾰족한 턱과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어 그야말로 땅굴파기의 대가이다. 땅속에 굴을 파고 안팎을 왔다 갔다 하며 주로 지렁이나 곤충의 애벌레, 달팽이 등을 먹는다. 특히 지렁이를 좋아하며 하루에 50~70마리나 먹어치우는 대식가이다. 자기 몸무게와 거의 같은 양의 지렁이를 매일 먹는 셈이다.

   
뾰족한 턱과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두더지는 땅굴파기 선수다.
두더지는 햇빛을 보면 죽는다고 알려졌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다. 낮에도 구름이 많고 흐린 날에는 가끔 땅 위로 나와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더지는 대지의 진동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사람이 접근하면 이를 감지하고 땅속으로 숨어버려 잘 발견되지 않는다.

땅속 포유류 중 일인자인 두더지는 땅속에서 새끼를 낳아 기른다. 목초지에서 신선한 흙으로 이뤄진 몇 개의 둔덕을 살펴보면 땅속 1m 이상 되는 곳에 굴과 방들이 복잡하게 뻗어 있다. 굴의 크기는 대개 흙의 질에 따라 달라진다.

   
퇴화된 눈은 작아져 털에 파묻혔지만 후각이 발달된 코는 길게 튀어나와 있다.
오래된 목초지대에서는 지렁이와 곤충이 많으므로 먹이가 적고 돌과 모래가 많은 곳보다 굴을 덜 판다. 먹이는 대부분 굴을 돌아다니면서 얻는다. 굴속을 돌아다니면서 허술한 곳을 고치며 벽에서 떨어지는 지렁이를 먹는다.

두더지 굴은 두더지가 파 놓은 보통의 흙더미가 아니라 두더지 둥지의 가장 중심부 위에 있는 크고 견고한 흙 둔덕이다. 둥지는 암컷이 봄에 4마리 정도의 분홍빛 새끼를 낳는 곳으로, 풀과 잎 등의 재료로 안을 꾸며 놓는다. 어미 두더지가 밤에 위험을 무릅쓰고 땅 위로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둥지 안에 댈 부드러운 재료를 모으기 위해서이다. 땅 표면에 있는 굴 일부는 땅 표면 바로 밑으로 뚫려 있다.

   
두더지는 헤엄도 잘 친다.
식충목 두더지과인 두더지는 주로 평지의 숲, 밭, 목장, 정원 등 땅이 기름진 곳에서 산다. 밤에 지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땅속 생활이 대부분이다. 겨울잠은 자지 않는다. 해충을 많이 먹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밭에 굴을 파 놓는 유해동물이기도 하다. 천적으로는 올빼미, 오소리, 고양이, 살모사가 있다.

예전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글·사진=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okje.co.kr

취재 협조 = 마태용 양모리학교 교장 조류전문가 박용수 이석구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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