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용득의 부산항 이야기 <6> 며리계(弥里界)에서 온 이양선

용당포에 포경선 떠내려와 미국인과 첫 조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0-18 19:33:10
  •  |   본지 2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용당포는 부산 첫 이양선인 프로비던스호가 닻을 내린 곳이다. 사진은 1952년 용당포 전경.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홋카이도 근해서 태풍 피해
- 1853년 부산 앞바다로 피항
- 조정관리와 의사소통 안돼
- 아메리카를 '며리계'라 불러

19세기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에는 이양선의 시대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국적의 서양 선박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이양선에 대한 최초의 세부적인 조선 기록은 정조 21년(1797) 10월 부산 용당포에 나타난 영국 군함 프로비던스(Providence)호에 대한 것이다. 그로부터 거의 반백 년이 지난 1853년 초에 미국의 포경선 한 척이 바로 그 자리에 닻을 내렸지만, 조선이 이들 이양선을 대하는 모습은 그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이 포경선은 일본 홋카이도 근해에서 고래잡이를 하다가 폭풍을 만나 용당포 앞바다까지 휩쓸려서 온 것이었다. 그 당시 미국은 세계 최대의 고래잡이 국가였다. 19세기 후반 석유가 대량생산되기까지 고래는 바다를 떠다니는 자원의 보고(寶庫)로서 고래 한 마리를 잡으면 등유는 물론이고 윤활유에다 화장품과 의약품 원료 등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을 개항시킨 페리 제독은 이러한 고래를 쫓아 포경선과 함께 극동지역까지 오게 되었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포경 어업전진기지와 중국 무역을 위한 교두보가 절실했다. 이것이 일본을 무력으로 개항시킨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일성록(日省錄)에 의하면 용당포에 포경선이 입항한 일시는 1853년 1월 29일 정오쯤이다. 이번에도 조정에서는 예전에 영국 함선이 왔던 것처럼 통역관 중심으로 훈도, 별차, 소통사를 현장으로 보내 문정(問情), 즉 배에 올라 심문을 하였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일본어 전문통역관이어서 그런지 미국 선원들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미국 선원들도 답답했는지 문정관을 보면서 자신과 선박을 가리키며 "며리계(里界)" "며리계" 하는 말만 되풀이하였다(※는 한자음으로 '이'이나 이두용법에서는 '며'로 읽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소통이 어렵게 되자 마지막으로 필담하려고 선원에게 붓을 건넸다. 우리가 수년에 걸쳐 연습해도 힘겨운 것이 붓글씨인데 하물며 외국 선원이 낯선 붓을 들고 영문을 적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더군다나 알파벳에 대해 생면부지인 조선 문정관이 화선지에 써 놓은 이들의 글씨체를 보고 더욱 혼란을 일으켰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구름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하며, 전서체도 아니고 언문도 아니어서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결국, 조선 문정관들은 대화로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직접 배 안을 살펴보기로 했다. 배는 아주 사치스러웠으며 선원들의 모습은 모두가 괴상하게 생겼다고 했다. 코가 높고, 수염은 없으며, 눈은 노랗거나 파란색이었는데 고슴도치처럼 산발한 머리에 검은 가죽 모자를 썼고, 어떤 사람은 문신까지 있었다고 했다. 포경선에는 43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우리와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이 끼어 있었다. 그들은 일본인으로, 약 8개월 전에 한마을에 사는 네 사람이 배로 땔나무장삿길을 나섰다가 조난했다고 한다. 다행히 지나는 미국 포경선에 구조되어 이 두 사람은 지금의 포경선으로 옮겨 타게 되었다고 했다. 이들은 용당포에서 하선하여 초량왜관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10여 일 동안 용당포에 머물면서 조선 사람들에게 한동안 '며리계'라는 깊은 인상을 심어준 이 포경선은 훗날 알려지기로는 616t급의 사우스 아메리카(South America)호였다. 그리고 이 배의 선원들이 말한 '며리계'는'America'라는 말이었다. 당시 조선 관리들은 'A'가 약하게 발음되니까 잘 듣지 못하고, 뒤에 연이어 나오는 'merica'의 'me'에 강세가 있어 '며리계'로 들렸던 것이다. 중국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들렸던지 미국을 '미리견(美利堅, 彌利堅)'이라 표기하고, 일본은 '메리켄(米利堅)'이라고 읽기도 한다. 이처럼 용당포 앞 해상은 기록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영국인을 비롯해 미국인과도 최초의 만남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공간이자 대외정보의 통로였지만 해금(海禁)으로 더는 진전이 없었다.

부산세관박물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2. 2[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4. 4[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5. 5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6. 6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7. 7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8. 8[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9. 9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3. 3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4. 4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5. 5[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6. 6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7. 7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8. 8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9. 9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10. 10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7. 7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8. 8[뭐라노] 북극항로 개척자들 “사투 끝 새 역사”
  9. 9[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10. 10"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 1[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3. 3[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4. 4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5. 5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6. 6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7. 7제30호 태풍 '참피' 북상, 24일 오후 6시 기해 부울경, 전남 광주, 제주도 풍수해 재난위기경보 '주의' 격상
  8. 8[속보]서울 강서구 '모친 살해'혐의 40대 딸, 24일 구속심사 받아
  9. 9전북 전주서 승용차 가로수 들이받고 넘어져, 30대 운전자 사망
  10. 10이태원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 참석 한성숙 총리 "깊이 사과드린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57년 평생 심한 말더듬에 고통…소통 연결고리 이어주길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