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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통도시 부산 <4-2> 선진 교통도시에서 배운다- 트램 천국 호주 멜버른

시속10㎞ 트램 주행 방해말라…자가용 버리게 만든 멜버른 도로

  •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  |   입력 : 2015-10-18 19:02:12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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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시 중심가인 플린더스역 앞 교차로에서 트램이 시민을 싣고 달리고 있다. 장호정 기자
- 1860년대부터 달린 교통수단
- 트램 흐름 끊지 않기 위해
- 전용1차로 승용차 회전 금지

- 시내 주차료, 외곽의 3배지만
- 환승역 주변은 무료 주차

- 자가용 이용하는 게 더 불편해
- 출퇴근 시민 70% 대중교통 이용

호주 빅토로아주의 주도인 멜버른시는 '트램(Tram·노면전차)의 천국'으로 불린다. 1860년대 시민을 일자리로 실어나르는 용도로 시작된 이 도시의 트램은 지금은 시내와 외곽을 잇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시내는 물론 외곽도 트램 노선을 중심으로 상점이 들어서고, 길거리 공연 등이 펼쳐지면서 주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연이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부산시를 비롯해 전국 자치단체가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도 트램 도입을 위해 내년 2월까지 도시철도망 구축 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소 2개 이상의 노선을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듯 정리된 도로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멜버른시를 상징하는 황금색의 플린더스역(Flinders Street Station) 앞 교차로. 트램과 승용차, 버스가 오가는 도로는 복잡해 보였다. 그 사이를 쉴새없이 지나다니는 사람까지 더해져 어지러웠다. 특히 트램 뒤로 승용차가, 그 뒤를 트램이 따라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모습은 멜버른 시내 어디를 가든 볼 수 있었다. 플린더스역을 비롯해 시내 대부분 도로는 왕복 4차로를 넘지 않는다. 일부 도로를 제외하고는 4차로 중 중간 2개 차로는 트램용 철로가 깔려 있다. 반면 인도의 폭은 1개 차로보다 넓었다.

하지만 외지인의 시선과는 달리 교통체계는 복잡하지 않았다. 멜버른의 교통체계는 각종 교통수단 가운데 트램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트램 전용도로가 아닌 트램-승용차 공용 도로에서도 우선권은 트램에게 있다.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 트램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생겨난 주행방법인 훅턴(Hook turn)이다. 훅턴은 교차로에서 우회전 시 우측라인이 아닌 좌측라인에서 턴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교차로에서 좌회전 시 1차로가 아닌 2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것과 같다. 멜버른 등 호주는 우리나라와 반대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대부분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신호를 받는다.

■불편해야 편해진다

출근시간대인 평일 오전 6시부터 9시 사이 멜버른 시내에서는 트레이닝복 차림에 가방을 멘 직장인과 자전거 행렬을 볼 수 있다. 시내 인근에 살거나 외곽에 사는 직장인 상당수가 시내 근처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출근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비싼 주차요금과 주차면 부족, 통행 불편 등 3가지다. 시내 주차장은 외곽 주차장보다 3배가량 비싸다. 게다가 교통정책이 트램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시내 노면 주차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내 중심가에는 대부분 트램과 승용차가 같은 차로를 쓴다. 따라서 트램의 시내 평균속도는 시속 10㎞에 불과해 출·퇴근 시간대 자가용을 타고 시내를 주행하는 것은 걷는 것보다 힘들다.

결국 '자가용이 불편하기 때문에' 상당수 직장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환승 인프라 등 대중교통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220여 개의 도심열차(Metro Train)역 주변에는 대부분 무료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이 덕분에 시내 대중교통 이용률은 70%에 달한다. 시민 10~15%가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나머지 15%가량만 승용차를 이용한다.

멜버른 시내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주정부는 내년부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트램을 24시간 가동할 계획인 데다 매년 트램 전용도로율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멜버른 시내 도로 중 75%가 트램-승용차 공용 도로이며, 트램 전용도로는 25% 정도이다. 에드리안 다웬트 주 교통국 대외협력 매니저는 "우리는 멜버른 시내 도로 100%를 트램 전용도로로 만들고, 점차 외곽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는 승용차 억제 정책이 아닌 시민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라고 말했다.

■외주 그리고 철저한 감독

트램을 운영하는 것은 민간업체다. 주정부는 매년 트램 운영 정책을 만들어 민간업체에 전달한다. 그리고 매월 민간업체의 운영 성과 등을 철저하게 감독한다. 정책 목표에 도달했을 때에는 민간업체에 운영비를 지급하지만, 반대에는 페널티(벌금)를 주기도 한다. 멜버른시의 연간 트램운영 비용은 2000억 달러(한화 약 1조60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70%인 1조2000억 원가량을 주정부가 지원한다.

주 교통국에 따르면 멜버른시의 트램은 26개 노선 250㎞에 이른다. 1940년대부터 제작된 487대가 1763개 정류장을 오간다. 트램을 이용하는 연인원은 1억760만 명에 달한다.


# "대중교통이 편해지는 게 훨씬 효율적이란 결론, 시민 반대 많았지만 올 트램 이용 20% 늘어"

■ 주정부 교통국 다웬트 매니저

   
호주 빅토리아주의 주도인 멜버른시에 설치된 트램(노면전차)은 150년을 이어오며 지금도 주요 대중교통 수단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과 시내 중심가 상인은 트램 중심의 교통정책에 불만이다. 그렇다면 주정부는 어떻게 반대하는 시민을 설득해 트램을 발전시켰을까.

에드리안 다웬트(사진) 주교통국 대외협력 매니저는 "자가용 이용자와 시내 중심가 상인의 반대가 많았다. 자가용 이용이 불편해지면 장사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대중교통과 자가용의 장단점을 놓고 수많은 연구와 논의를 벌였다. 한두 명이 타는 자가용보다 한꺼번에 수십, 수백 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사실이 전체의 이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웬트 매니저는 "선거로 시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주지사의 처지에서는 이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생활과 직결되는 교통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결정자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정부인 노동당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대중교통 중심 공약으로 자가용 우선 정책 공약을 내건 자유당에 완승을 거뒀다.

주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 시내 중심가의 트램을 무료로 전환(Free Tram Zone)했다. 시 외곽을 연결하는 철도(Metro Train)의 구간별 요금 차이를 없애고 철도와 트램, 버스를 한꺼번에 이용가능한 마이키(miki) 카드의 정액 요금도 25%가량 인하했다. 이 덕분에 올해 트램 이용률이 20%가량 급증했다. 신형 트램을 도입하고, 전용 노선을 늘리는 등 시설 투자도 확대한다.

부산시도 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에게 "도로 사정이 열악한 부산에 트램은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다웬트 매니저는 "대중교통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편리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멜버른=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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