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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스토리] 삶과 연륜, 인문학이 되다

복지관 인문학 강좌 수료한 평범한 어르신들 강사 변신, 자신의 인생 소재 대학 강의

서툴지만 지혜 담긴 수업…손자뻘 학생들도 공감대

  • 국제신문
  •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  |  입력 : 2015-10-16 22:05:57
  •  |  본지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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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 사회과학대학 강의실에서 열린 '해피 토크 콘서트'에서 양양춘 할아버지가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배를 타고 항해할 때 젊은 선원들은 힘차게 노를 젓지만 키를 잡은 노인의 역할은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한 번 더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의 한 강의실 교단에 머리가 하얗게 센 양양춘(70) 할아버지가 마이크를 잡고 섰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 보이는 양 할아버지는 눈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한 차례 훑어보더니 학생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블루진' 재킷을 입고 왔다며 가벼운 농담을 하고 강연을 시작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강연이 끝날 때까지 웃음만은 잃지 않았다.

1945년 광복과 함께 태어난 양 할아버지는 가난에 찌들어 살았다. 힘들게 일하며 아들 셋을 모두 대학까지 보냈다. 아이들을 졸업시킨 이후에야 복지관을 다니며 여유를 찾게 됐다. 양 할아버지는 인문학을 배우면서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닌 함께 누릴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인문학 강의를 통해서 발전한 나의 모습을 볼 때 좀 더 일찍 좋은 강의를 수강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변화된 나의 모습이 내가 행복한 진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농담과 노래 등을 섞은 양 할아버지의 강연에 강의실을 가득 채운 학생들은 진심 어린 격려와 박수를 보냈다. 강연이 끝난 이후에는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시냐는 질문에 양 할아버지는 "배움에 한이 많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앉아 공부하고 싶다"고 답했다. 사람과의 갈등은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는 "컴퓨터가 늦다고 계속 클릭만 하면 컴퓨터가 결국 망가진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어느 한쪽이라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에 참석한 동아대 곽성욱(21·의예과 2) 씨는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업이었다"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는 지난 6월부터 12주간 부산 강서·서·사상·사하·실버벨 등 5개 노인 복지관에서 매주 2시간씩 진행한 '선배시민대학'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의 행복론 인문학 강의를 수료한 노인 12명이 각 15분씩 대학 강단에서 자신들이 살아온 삶과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해피 토크 콘서트' 중 하나다.

지난달 15일 부산 디지털대학교를 시작으로 동의대와 동아대 등 서부산권 대학에서 강의가 진행됐다. 대학에서도 복지관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날 동아대에서 진행된 강의가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총 10번의 강의 동안 모두 640여 명의 대학생이 참석했다.

이날 강의를 한 양 할아버지와 전춘선(72) 할머니 외에 다른 강연자들의 주제도 비슷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생활 속의 철학과 생활 속 행복 이야기, 행복한 노년의 시민의식 등에 대한 내용을 젊은 대학생들에게 전했다. 강연을 주도한 어르신들은 많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적게는 초등학교까지만 나온,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노인들이다. 복지관에서 간단한 수정 절차는 거쳤지만, 전체적인 강연 내용은 강연자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

선배 시민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해피 토크 콘서트 외에 후배 시민에 선배 시민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리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선배 시민은 이들 복지관 등에서 지칭하는 노인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후배 시민은 일반 시민을 말한다. 현재는 복지관에서 정해준 활동만 하지만 2~3년 뒤에는 이들이 선배 시민으로서 자발적인 활동을 찾아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강서노인종합복지관 조휴정 관장은 "선배 시민과 만나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들을 보고 놀랐다"며 "내년에는 대학뿐 아니라 기업체 등으로 선배시민대학과 연계한 토크 콘서트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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