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관 사업회, 서울 우선주의 방침
- 3.15의거단체 등 "지역 무시" 반발

창원 한국 민주주의 전당 건립 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창원을 비롯해 서울, 광주 등 3곳에 짓기로 한 이 전당을 서울에만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사업회는 2013년 11월 서울·광주· 창원 등 3곳에 한국 민주주의 전당을 동시 건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 전당은 애초 서울에 지을 계획이었으나 창원(마산)과 광주 등이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들어 유치전을 펼치자 이처럼 결정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 확보가 어려워 사업이 지연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13년 말 3곳 동시 사업비로 346억 원을 편성, 당시 안전행정부를 통해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안행위는 분산 건립에 따른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서울 건립비(146억 원)만 통과시키고 마산과 광주 설립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그런데 서울 건립 예산마저 당시 예결특위에서 지역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전액 삭감되면서 지금까지 설립이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정부가 예산과 사업 취지 등 문제를 들어 한 곳만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서울을 우선 건립지로 정해 내년 예산을 확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마산 3·15의거기념사업회 등 관련 단체는 "서울에만 민주주의 전당을 지으면 창원과 광주 건립은 물 건너 갈 게 뻔하다"며 "사업회가 3곳 동시 건립을 약속하고는 이제와서 서울 단독 건립을 주장하는 것은 지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사업회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3·1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마산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3·15의거와 4·19 혁명, 부마항쟁을 이끈 곳으로 민주주의 전당 입지로 손색이 없다"며 "만약 약속을 파기하고 서울에만 지으면 시민의 힘으로 강력하게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민주주의 전당은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과 관련한 각종 사료를 다루는 시설인 만큼 서울 건립이 우선이다. 창원과 광주는 연차 사업으로 건립하는 게 예산 확보에 유리하다"고 서울 우선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주의 전당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교육·체험·연구 시설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당 건립은 2001년 6월 국회에서 통과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