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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안·솜짓 바이통 씨 부부가 25일 아이들과 함께 추석 때 입을 한복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성효 기자 |
- 보기 드문 다복한 가정 꾸려
- 12월이면 가족 한 명 더 늘어
- 낯선 땅에서 명절 맞을 때마다
- 태국의 가족 생각에 울컥했지만
- 선물 같은 아이들 덕에 견뎌내
한국 생활 10년 차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이자 다둥이 엄마인 솜짓 바이통(39·부산 사상구 모라동) 씨는 밝고 건강했다. 오는 12월이면 다섯째가 태어난다. "이 많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고 묻자 "다 잘 크고 있어 걱정 없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당시 바이통 씨는 29세에 14살 많은 한국 남자 이종안(53) 씨와 결혼해 한국땅을 처음 밟았다. 아이를 키우느라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젊음이 다 가버리는 것이 억울할 법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고단하지만 행복한 이국 생활
다둥이네 가족이 사는 집은 52.8㎡(16평) 규모의 국민임대아파트로 방은 달랑 두 개다. 아이 넷에 엄마 아빠, 여섯 식구가 어떻게 여기서 잘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만큼 방은 작았다. 남편 이 씨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괜찮다. 정이 더 돈독해진다"며 웃는다. 초등학교 3학년 청우, 1학년 수연(딸), 5살 세운, 2살 막내 창호 등 아이들이 든든한 자산이라는 듯 행복해 보였다. 바이통 씨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 태국 소도시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점원으로 일했다. 넉넉하진 않지만 크게 부족할 것도 없이 자유롭게 살았다.
"한국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녀의 얼굴에 잠깐 어둠이 스친다. 그녀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고 싶어 해도 보내 줄 수 없어 미안하고 큰아들 청우가 동생 돌보느라 너무 의젓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식비도 만만치 않다. 쌀 20㎏이 보름이면 동나고 달걀 한 판은 사흘이면 없어진다. 그래도 아이들이 불평하지 않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는 것이 고맙다.
■10번째 한가위…그리운 고향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고단했다. 평소에는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지만 해마다 달빛이 유난히 밝아지는 한가위 밤에는 태국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마음을 다그쳐 기도에 전념하지만 망막을 파고드는 달빛은 어쩔 수 없었다. 태국에서 보던 보름달과 똑같았다.
TV에서 가족이 송편을 먹으면서 얘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간절함은 더했다. "결혼하면서 완전히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 부모·형제도 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그걸 못 참으면 남편과 결혼할 생각도 못 했죠."
하지만 태국 부모님의 얼굴은 지워지지 않았다.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남편 이 씨는 아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씨는 "태국에 가서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나고 오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비행기 요금이 만만치 않아 차마 마을 꺼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5월 모친이 임종했을 때 겨우 태국을 찾을 수 있었다. 10년 만이었다.
■넷째의 다운증후군 증세에 한숨만
여섯 식구의 한 달 수입은 180만 원 정도. 가장인 이 씨가 장애인복지관에서 공공근로로 버는 돈과 구청에서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비가 전부다. 더없이 사이좋은 이들 부부에게는 큰 근심이 하나 생겼다. 막내 창호가 다운증후군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장애를 앓고 살아온 이 씨의 걱정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 씨는 "창호가 아직은 튼튼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며 "다만 앞으로 아이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부부가 살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하나둘 늘어가면서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바이통 씨는 "아이들은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은 9651명이다. 이들이 한국인 남편과 낳은 자녀는 4339명으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45명에 불과하다. 어려운 경제 사정, 이혼, 한국인 남편의 고령화로 인한 불임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