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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스토리] '원전 마을'에 생기 불어넣은 문화바람

부산 기장군 장안읍 대룡마을…한때 예술가들에게 '기회의 땅', 정부 지원 줄면서 시들해져

기획가 조각가 등 4명 의기투합, 협동조합 '바투아트' 설립·상주

예술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신중…이색적인 관광상품 기대감도

  • 국제신문
  •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  입력 : 2015-09-18 22: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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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대룡마을 무인카페 '야야'에서 바투아트협동조합 임혜니 대표(오른쪽)와 최혜선 큐레이터(오른쪽 두 번째)가 주민들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마을 입구 초목 옆에는 바람개비 수십 개가 가을바람에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을 회관 옆 커다란 느티나무에는 매미 모양의 나무 조각이 매달려 있어 정감을 더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대룡마을. 고리원전 1호기에서 불과 5㎞가량 떨어진 한적한 이 마을에 최근 문화의 향기가 솔솔 풍기고 있다. 올해 5월 젊은 여성 예술가 4명이 "원전 일대 마을을 예술의 마을로 조성하겠다"며 협동조합 '바투아트'를 만들고 상주하면서부터다.

이 마을은 애초 예술가들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이 마을은 2009년 원전 인근 마을이라는 배경으로 정부로부터 '살기 좋은 마을'로 지정돼 적지 않은 예산이 지원됐다. 하지만 그 이후 재정 지원이 줄고 예술가들의 일회성 기획으로 마을은 생기를 잃었고 주민들은 예술가들을 외면했다.

하지만 바투아트협동조합이 새로 들어오면서 이 지역은 다시 마을 입구의 바람개비처럼 활력을 되찾고 있다. 바투아트협동조합은 예술 기획가, 조각가, 예술 교육가 등 4명의 조합원(임혜니 대표, 최혜선 큐레이터, 김지훈 조각가, 정은실 미술교육 담당)으로 구성됐다. 바투는 '더 가까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대중에게 친숙한 예술을 하자는 의미다.

'야야'에 설치된 조각작품 '날개'.
이들이 추구하는 마을 발전 방향은 '체험하는 예술'이다. 임혜니(여·39) 대표는 2012년 부산의 한 갤러리에서 예술 기획가로 근무하면서 최혜선(여·28) 큐레이터를 만났다. 임 대표와 최 큐레이터는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에 관해 토론하다가 '대룡마을 실험'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실험의 핵심은 주민과 관광객들이 예술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임 대표와 최 큐레이터는 지난해 5월 대룡마을에 처음 들어왔다. 초기에는 예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법인을 운영했지만 곧바로 협동조합으로 바꿨다. 임 대표는 "기업은 결국 수익을 좇을 수밖에 없다"며 "마을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이 바투아트의 취지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최 큐레이터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마을 곳곳에 예술 작품을 기획한다. 임 대표를 비롯한 조각가들은 최 큐레이터의 뜻을 존중해 작품을 만든다. 특히 작품을 만든 뒤 전시 장소 등을 논의할 때 마을 이장 등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만든 작품은 '날개'. 날개 형상의 조각품에 관광객은 개인 소망을 적은 리본을 매단다. 연인의 사랑 고백부터 친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내용까지 수십 개의 리본이 작품에 걸렸다. 임 대표는 "조각 자체만으로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며 "날개 작품에 리본이 가득하게 되면 작품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밝혔다. 이른바 '인터랙티브 예술'로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대룡마을의 콘셉트는 '철학과 사색'. 예술과 철학을 접목한 교육으로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임 대표는 현재 리모델링한 정자 공간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예술 교육을 한다. 이른바 아트테라피(art therapy)로 스케치한 그림에 관광객이 직접 색을 입히면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바투아트 여성 조합원 4인방의 활약으로 마을 안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 날을 잡아 대청소를 하며 관광객을 맞는다. 마을 이장 이정옥(65) 씨는 "그동안 마을이 침체했는데 젊은 미녀 4명의 활동으로 마을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바투아트는 앞으로 마을 주민 소득에도 도움을 주고자 생태 학습 교육장을 만들 예정이다. 밭을 활용해 목화 등의 작물을 키우고, 작물로 공예품을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을 마련했다. 이 교육에는 주민이 직접 강사로 나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임 대표는 "장안사 일대 6개 마을(기룡 상장안 하장안 대명 도야 대룡마을)은 원자력 발전소나 산업단지 등 유해시설로 주민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은 곳이다"라며 "예술 마을을 조성해 주민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고, 나아가 관광지로 조성해 주민 생활 여건도 풍족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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