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大 수시원서 접수도 못할 판
교육부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음에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성적 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험생이 대학에 원서도 내지 못할 처지에 놓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정규 교육과정이었음에도 대학은 '인정할 수 없다'며 9등급 처리를 알려왔기 때문이다.
13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부산 A고 3학년인 김모 양은 1학년 때인 2013년 영어 과정을 교육부의 '창의경영학교-고교 교육력 제고사업' 프로그램으로 정식 이수했다. 보통 고교는 등급이 산출되는 '일반 과정' 이상을 운영하지만, 이 사업은 교육력이 다소 떨어지는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기본 과정'을 편성, 학력이 낮은 학생이라도 공교육을 충실히 받을 수 있도록 한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김 양은 영어 기본 과정을 1년간 이수한 경우다. 교육부가 인정하는 정규교육 과정이고, 대학 진학 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협의가 이미 진행돼 불이익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과정 이수를 결정했다.
이러한 기본 과정이 등급 없이 이수만 표기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A고가 2013년 개설한 이 과정의 수강생이 10여 명 정도에 그쳐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성적을 산출할 수 없다. 교육부 지침상 13명 이하 소수가 수강하는 교육과정의 경우 등급을 내지 않는 대신 이수 여부만 표기하게 돼 있다.
김 양은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4년제 수시모집에 앞서 희망대학인 B대에 성적 산출이 어떻게 되는지를 문의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김 양의 1학년 영어 성적에 등급은 없고 이수만 기록돼 있자 해당 과목 성적을 9등급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 B대 입학처 관계자는 "입학전형 발표 때 등급으로만 성적을 산출한다고 이미 고지가 돼 한 학생에게만 예외를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양의 어머니 전모 씨는 "교육부 정규과정이고 대입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수업을 들었는데 지금 와서 다른 소리를 해 아이가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사업 당시 충분히 대학 측에 성적을 인정해 달라고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안타깝지만 대입은 대학 자율사항이라 교육청과 교육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