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바지선 동아150호(480t급)가 9일 오후 제주 추자도 인근 청도 해상에서 낚싯배 돌고래호(9.77t)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전복된 채 발견된 돌고래호(9.77t, 해남 선적)의 사고 원인을 밝히는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제주해경본부)는 사고 나흘이 지나도록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돌고래호의 실제 승선 인원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제주해경본부는 지난 8일 돌고래호 선장의 아내인 이모(42) 씨를 불러 승선 인원을 조사했지만, 이 씨는 "남편이 시키는 대로 명부를 썼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항에 앞서 돌고래호가 제출한 승선원 명부에 기록된 인원은 22명이지만, 명부에 적힌 4명은 실제로 배에 타지 않았고 명부에 없는 3명이 배에 올랐다. 이에 따라 사고 나흘이 지나도록 명확한 승선원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해경본부는 실제 21명이 배에 탔던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자 사인을 둘러싸고 유족과 제주해경본부 사이 대립은 격화됐다. 제주해경본부는 부검을 통해 선장 김모(46) 씨의 사인이 익사라고 밝혔지만, 유족은 늑장 수색에 따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돌고래호 사고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생존자들이지만, 이들 3명은 아직 일반 병실로 옮기지 못해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자칫 무리하게 조사하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돌고래호의 선체 인양 작업이 시작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보고 있다. 기상청은 9일 추자도 해역을 포함한 남해 서부 서쪽 먼바다에 높은 파도를 동반한 강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파고는 1.5~2.5m 수준으로 예상보다 낮았다.

제주해경본부와 제주도는 이날 바지선(480t)을 동원해 추자도 청도 인근에 결박된 채 가라앉은 돌고래호를 인양했다. 바지선은 150t을 끌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으로 돌고래호를 인양한 뒤 하추자도 신양항으로 이동했다. 인양이 마무리되자 제주해경본부는 선박의 구조 변경 여부 등 사고 원인과 관련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