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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진양교차로에서 좌회전 하는 대다수의 차량들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운행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방향지시 미점등 작년4만건 적발
- 부산 점등률 전국 하위권 맴돌아
- 사하구 1위·금정구 꼴찌 '극과 극'
- 전문가 "사각지대 많아 위험도 커
- 운전자 인식 제고·교육 강화 최선"
지난 2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동래구 미남교차로 인근 만덕 2터널로 들어가기 위한 진입로에 수십 대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병목구간으로 차량이 차선을 바꿔가며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이동하는 차량이 많았다. 왼쪽 차선에서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에 차 한 대가 급하게 경적을 울렸고 차량 간 사고는 겨우 피했다. 고속도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 사이로 차 한 대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여기저기 옮기며 위험하게 달렸다. 차선을 바꾸는 짧은 순간에만 방향지시등을 잠시 켜는 얌체 차량도 많았다. 좌회전 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방향지시등은 켜지 않고 해당 차선 위에서 대기한다.
■방향지시등 준수율 낮은 부산
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 등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 단속에 적발된 사례는 지난해 4만 2000여 건이다. 2012년에는 1만6000여 건이었고 2013년에는 6만1000여 건으로 급증했다. 매년 교통안전공단에서 조사하는 자료를 보면 2011년 부산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53.66%였고, 2012년에는 50.82%, 2013년에는 57.43%였다. 지난해에는 62.81%로 증가했다.
부산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2011년에는 16개 시도 중 1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2년에는 두 단계 떨어진 15위를 기록했고 통계에 세종시가 추가된 2013년에는 17개 시도 중 16위를 했다. 지난해에는 다소 순위가 올라 11위로 올라섰다.
부산은 지역별로도 방향지시등 점등률의 편차가 매우 컸다. 부산 사하구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92.37%로 7개 광역시 69개 구 중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금정구는 27.18%로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일등과 꼴찌가 공존했다. 금정구뿐만이 아니다.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60% 미만인 구는 6곳에 달했다.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지역본부 장상호 교수는 "방향지시등은 도로에서 운전자와 운전자,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기본적인 약속이다. 자동차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뒤쪽 차량운전자들은 물론 보행자도 혼란을 겪기 십상이고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며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지만, 오히려 중소도시보다도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 교육 미흡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은 사고를 막고자 함이다. 운전할 때 승용차를 기준으로 운전자의 왼쪽으로는 1.15m, 오른쪽으로는 4.4m가량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으면 사각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앞쪽 차량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방향지시등 준수율을 높이려면 단속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단속은 경찰이 교차로 등에서 이를 적발하는 방법 외에 최근에는 블랙박스 등으로 운전자가 직접 동영상을 찍어 이를 제보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교통안전과 문화 등 교통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본 등 교통문화 선진국과 비교하면 부산을 포함한 국내에서는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하는 과정에서 받는 교육 말고 추가로 이 같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기간이 지나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할 때에도 교통안전과 문화에 대한 교육은 따로 받지 않는다. 처음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추가로 교육을 받는 경우는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를 위반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경우 말고는 없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역본부 최재원 교수는 "우리는 교통안전 교육에 대해 불필요한 교육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안전운전 등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며 "운전면허 갱신검사를 할 때 두세 시간만이라도 교육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日버스기사 방향전환 구두로 승객에 알려줘, 美경찰은 교통교육 미준수시 월급까지 압류
■ 선진국 운전문화와 비교하니
- 국내선 위반 시 고작 3만 원 부과
- 벌금보다 안전을 위한 실천 강조
- 신호대기 때도 깜빡이 점등 충고
면허를 처음 취득할 때만 교통안전·문화 교육을 받는 국내와는 달리 가까운 일본은 방향지시등을 포함한 교통안전과 문화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한다. 어릴 때는 어린이 교통교육과 자전거 안전교육 등을 받아야 하고, 고령 운전자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통에 대한 교육이 잘 돼 있다.
일본에 거주 중인 박성훈(31) 씨는 "일본에서는 버스나 택시를 탈 때 운전자가 실내에 있는 승객에게 구두로 방향 전환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며"교차로나 도로 어디를 가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차량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도 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교통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경찰관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단속 등에 적발됐을 때 특정 시설에서 교육을 명령할 수 있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10배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해당 운전자의 월급까지 압류할 수 있다.
국내 법규에 따르면 좌·우회전, 횡단, 유턴, 서행, 정지, 후진 등 차량 진로를 바꿀 때는 손으로 해당 방향을 가리키거나 방향지시등을 점등해야 한다. 좌·우회전, 횡단, 유턴의 경우 전방 30m(고속도로에서는 100m) 이상 거리에서부터 점등해야 하고 교차로 등에서 신호대기 중일 때도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점등해야 한다.
경찰은 이를 위반하면 승합차 승용차 3만 원, 이륜차 2만 원, 자전거 등은 1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점멸 횟수와 색깔 등 기준에 맞지 않게 방향지시등을 개조해도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직진과 좌회전 신호가 동시에 있을 때, 우회전했을 때 건널목이 있을 때, 비보호 좌회전일 때 등 차량 뒤쪽과 반대차선 운전자가 차량 이동 방향을 알아야 할 때는 안전을 위해 꼭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 "방향지시등 켜도 양보 인색한 車 많아, 베풂의운전 실천해야"
■ 부산 도로교통公 김경수 교수
도로교통공단 부산지역본부 김경수(사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방향지시등의 점등률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차선 변경 등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히려 뒤 차량이 경계 운전을 하는 등 잘못된 교통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도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뒤차 운전자들이 양보를 더 안 한다"며 "이 때문에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을 점점 까먹게 된다. 도로 위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만 아주 잠깐 방향지시등을 켜고 마는 얌체 행위가 성행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도로에 나가보면 대부분 운전자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접근하는 차량이 자신보다 앞쪽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양보하지 않고 속력을 높여 버린다. 양보를 받지 못한 차량 운전자도 같은 상황에서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게 되고 이 때문에 차선을 변경하거나 이동을 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운전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교통안전과 문화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적인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베풂 운전'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운전 중 차로 변경이 절실한 사람이 있는 만큼 자리를 양보하는 것에 대해서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치상 부산지역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부산의 전체 교통문화가 다른 지역보다 성숙하지 못하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제2의 도시에 걸맞은 교통문화를 갖췄다고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