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휴지는 물에 잘 녹는 재질
- 변기에 버려도 막힘현상 없어

"오물 묻은 휴지를 왜 모아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 들른 외국인 방문객들이 흔히 하는 이 불평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많아졌다. 한국 사람들에게 '휴지는 꼭 휴지통에 버려달라'는 안내가 익숙하지만 사실 휴지통이 공기오염과 악취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이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일부터 도시철도 전 역사에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4개 호선 108개 역사 453개 화장실에 설치된 휴지통 1474개는 모두 사라졌다. 대신 일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대형 휴지통을 화장실 입구에 설치하고 여성·장애인 화장실에는 위생용품 수거용기를 비치했다.

교통공사는 이를 시행하기 전인 지난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석 달 동안 1호선 서면역 등 10개 역사에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그랬더니 서면역을 제외한 9개 역에서 변기 막힘 현상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과거엔 품질이 떨어지는 휴지를 변기에 버려 막히곤 했지만, 최근 시중에 유통되는 휴지는 물에 잘 녹는 재질로 만들어져 문제가 없었다. 다만 서면역의 변기 막힘 현상이 지난해 37건에 비해 17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서면역에 변기 막힘 현상이 증가한 것은 대부분 휴지가 아닌 이물질을 변기에 버려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새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데다 유동인구도 많았기 때문으로 차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고객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도 응답자의 71%가 전 역사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에 찬성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행정자치부와 부산시도 이 같은 내용을 권고하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도 행자부는 각 지자체에 추석을 앞두고 연휴 기간 공중화장실 청결에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부산시민회관은 지난해 4월부터 동참하고 있으며 부산시도 청사에서 일찌감치 실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공서 중심으로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며 "위생적이고 깨끗한 공중화장실 문화 조성을 위해 시민들의 성숙한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