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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14> 늑대

약탈자 오명에 한때 수배령까지…늑대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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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대전 오월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한국늑대.
- 습격 일삼고 사람 목숨 빼앗아
- 늘 미움과 두려움의 대상
- 일제 때 포획운동은 멸종의 서곡
- 쥐잡기 운동 땐 애꿎은 떼죽음

- 무차별적인 포식자는 오해
- 먹이사슬의 균형 깨지지 않게
- 번식 조절하는 영리함 갖춰

- 대전서 복원 위해 23마리 사육
- 야생서 토종늑대 다시 볼 날 올까

1964년 늑대에게 물린 이수련 씨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미움과 편견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가장 큰 손해를 입은 동물 늑대. 대표적 삼림형 동물로 노루 고라니 멧돼지 산양 등의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늑대는 개체 수를 통제하며 번식하는 영리한 조절자다.

하지만 인간에게 늑대는 포악한 맹수이기도 하다. 도토리 줍고 송이 따던 1950, 60년대만 하더라도 우렁찬 늑대 소리는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었으며,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취재팀은 추적 끝에 1964년 7월 경남 창녕군 대합면 주매마을에 살았던 이수련(54) 씨가 늑대에게 물린 사실을 알았다. 현재 경남 함양군 마천면 영원사에서 종무실장 보살로 살아가고 있는 이 씨는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지금도 눈물을 훔친다.

늑대들이 꼬리를 꼿꼿하게 든 우두머리 주위에 모여 서로 주둥이를 핥으며 주위를 살피고 있다.
"당시 나는 네 살이었어요. 농사일을 마친 어머니는 마당에서 나에게 젖을 먹이다 피곤했는지 잠시 졸았지요. 그 틈을 타 산에서 내려온 늑대가 내 귀를 물어 끌고 가던 중 껑껑대던 늑대 숨소리와 내 울음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어머니가 고함을 지르자 나를 엎어놓고 도망갔대요."

이 씨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우리 마을 인근 소야마을에선 7살 먹은 어린애가 늑대에게 울대를 물려 목숨을 잃었어요. 밤에 개들이 요란하게 짖던 다음 날 아침이면 집에서 키우던 염소나 돼지가 늑대에게 습격당해 죽어 있었어요. 심지어 사체를 뜯어먹다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고, 새끼들이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했어요. 나는 한쪽 귀에 난 늑대의 이빨 흉터 때문에 평생 불행한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 더는 늑대를 원망하지 않아요. 늑대 때문에 인생을 조심조심 지금껏 잘 살아 왔으니까요."

어린 시절 늑대에 물렸다 살아났다는 이유로 '늑대'라는 별명을 갖게 되면서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으며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늑대에 물려 흉했던 귀를 16번의 복원 성형수술로 이제 정상에 가까운 귀를 갖게 되었지만, 아직도 4번의 수술이 남았다며 씁쓸해 했다. 늑대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이 씨의 이야기가 귀에 맴돌았다.

늑대들이 만든 굴.
이 씨의 예에서 보듯 늑대는 우리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 언제나 두려움의 존재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늑대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본강점기 때는 사람들이 늑대는 몽둥이로 잡았을 정도였다. 조선총독부의 통계에 의하면 1915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모두 113명이 늑대에게 희생됐다. 집에서 기르던 소와 염소도 340마리나 잡아먹혔다.

일제강점기 때 늑대를 2625마리나 포획했다는 또 다른 통계도 있다. 당시 시행됐던 해로운 짐승을 포획하는 해수 구제(害獸驅除)정책은 늑대 멸종의 서곡이었다. 이후 1950년대 후반 쥐잡기 운동 때 약 먹고 죽은 쥐를 늑대가 먹으면서 다시 한 번 떼죽음을 당했다. 결국 1997년 서울대공원에서 국내 마지막 늑대인 (경북) 영주 늑대가 숨을 거두면서 남한 땅 늑대의 숨결은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현재 국내 야생 늑대도 거의 멸종상태에 있다.

늑대는 눈빛 때문에 왠지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대다수 육식동물이 야행성인 데 반해 늑대는 낮에도 먹이활동을 한다. 늑대는 시속 50㎞로 빠르지는 않지만, 매우 규칙적이면서 끈질긴 뜀뛰기 전략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빠른 사슴이나 고라니를 포획한다.

밤이 되자 늑대가 매서운 눈빛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무리 지어 사는 늑대집단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꽤 조직적이다. 이러한 엄격한 질서는 번식에도 적용돼 아무리 젊고 힘 있는 늑대라도 우두머리 외에는 짝짓기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개체 수 조절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늑대 암컷은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데 비해 먹이인 초식동물은 대체로 한두 마리 정도만의 새끼를 밴다. 만일 늑대 수가 무분별하게 늘어난다면 먹이사슬이 깨져버리기 때문에 먹이보다 더 많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우두머리가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다.

늑대가 다시 숲으로 돌아와 최상위 포식자 임무를 수행한다면 생태계는 이전 모습으로 회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땅에 늑대가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전제조건은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늑대를 대자연 일부로 인정하고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늑대는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취재팀은 지난 6월 한국늑대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는 대전 오월드 한국늑대 '사파리'를 찾았다. 이곳의 늑대들은 한국의 늑대 복원을 목표로 들여온 터라 종 보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사진이나 책을 통해서만 봤던 한국늑대의 전형적인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서로 주둥이를 핥아주거나 꼬리를 꼿꼿하게 든 우두머리 늑대를 필두로 무리 지어 뛰고 주위를 살피는 위풍당당한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에는 2008년 7월 러시아에서 들여온 한국늑대 7마리(암컷 3, 수컷 4)가 있다. 비록 러시아산이지만 3년 동안 국내 환경에 적응했고 자연 상태와 최대한 유사하게 조성된 4000㎡ 규모의 늑대 사파리에서 어미 18마리와 새끼 5마리 총 23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지난 5월 늑대 5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현재 새끼늑대들은 체중이 7㎏이 나가는 등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하루 두 차례 닭고기와 소고기를 섞은 이유식을 먹고 있다. 새끼늑대를 당분간 우리에서 키우다 어느 정도 건강하게 자라면 별도로 조성된 늑대 사파리에 방사해 야생성을 회복시킨 후 어미 무리와 함께 둔다는 계획이다.

이곳 동물원 관계자의 설명은 진지했다. "조금 더디더라도 늑대들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토종늑대 종 복원 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하고 이번에 태어난 새끼들은 생후 2주 만에 어미와 격리해 인공 젖 먹이기를 하고 있다. 한국늑대 종 복원 사업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만큼 지난 7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 상태에 가까운 한국늑대 복원에 나서겠다."

일부에선 일제강점기 해수 구제와 다를 바 없는 살생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복원이라는 의미의 생태계 조절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 강변한다. 과연 사라져 버린 우리 땅의 야생동물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010-8516-3298)를 기다립니다.

글·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okje.co.kr

취재 협조 = 현조 영원사 주지스님·김용만 함양군청 기획감사실· 박용수 조류전문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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