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 쟁취와 대학 민주화를 외치며 투신한 부산대 고(故) 고현철(54·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교수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지역대학 교수들이 "단결 행동으로 교육부의 부당한 압력에 항거하자"는 개인 명의 글을 잇따라 발표했다. 사회 쟁점에 대해 자성과 참여를 촉구하는 글을 교수회 등 단체가 아닌 교수 개인이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부산대 김유신(전자공학과) 교수는 1일 학내 전체 교수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교육부의 부당하고 저급한 국립대학 정책을 저지하고 시정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직선제 행보로 두려움의 구름이 대학을 조금씩 덮어오고 있다"면서도 "이제 우리는 교육부의 압박을 예단하며 불안하게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라 용기를 내어 단결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거점대학국립대연합회라는 단체가 생기면서 이제 던져주는 닭모이 한 줌으로 연명하는 데서 탈피해 실질적 거점국립대학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프레임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고 교수가 원했던 바라고 생각한다. 연합회를 이끄는 교수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일치단결해 당당하게 진리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 그러면 두려움이 더는 우리를 덮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움직임은 다른 국립대에도 이어졌다. 부경대 황호선(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최근 학내 교수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고 교수의 투신은) 우리 대학사회의 중요한 문제에 둔감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 교수가 어린 피붙이를 남겨두고서라도 생명을 바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분노를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며 "우리 대학도 교수회를 중심으로 교육부의 부당한 대학 자율성 침해에 항거해 전 교수들이 함께할 수 있는 광장이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학 민주화를 토론하는 교수 학생 중심의 자발적 소모임도 만들어졌다. 부산대 인문대 건물 필로티 공간에서는 한 교수의 사회로 매일 자유발언을 연다. 고 교수 투신 이후 대학 민주화 관련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이 같은 움직임에 지역대학 한 관계자는 "교수회 등 단체 중심이 아닌 개별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풀뿌리 대학 민주화'를 의미한다"며 "돈줄을 쥐고 횡포를 부리는 정부에 맞서 이 시대 지성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데 대학사회가 공감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