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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 바텀 구함" 성 소수자 노린 수상한 스티커

동성애 파트너 구하는 글 버젓이, 범죄 의심에도 처벌 힘들어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15-08-31 19:53:49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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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천천 주변 전봇대에 붙은 동성애 관련 붙임 딱지.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에 사는 김태훈(35) 씨는 최근 온천천을 방문했다가 이상한 내용이 적힌 붙임 딱지(스티커)를 봤다. 딱지에는 '탑입니다. 바텀 구함'이라는 문구와 스마트폰 메신저 ID가 적혀 있었다. 딱지 내용이 궁금했던 김 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내용을 검색하고 깜짝 놀랐다. '탑'(Top)은 남성 역할을 맡는 사람, '바텀'(Bottom)은 여성 역할을 맡는 사람을 뜻하는 동성애 은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없다"며 "하지만 성 소수자가 파트너를 구하는 내용이 일반인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에 붙어 있으면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온라인 성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탑·바텀'스티커의 문구와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딱지에 붙어 있는 메신저 아이디로 접촉해 '딱지를 보고 연락했다'고 하자 아이디 'R'을 쓰는 상대방이 키, 몸무게, 나이 등을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잠깐 머뭇거리자, 'R'은 '꺼져라 차단한다'며 더는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이 딱지를 보는 성 소수자는 난감하다. 직·간접적인 사회 차별에 노출된 상태에서 이러한 딱지 때문에 성 소수자들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했다. 부산의 한 성 소수자 모임 관계자는 "주위에 이런 딱지를 붙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이런 걸 보고 연락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며 "이는 성 소수자들이 파트너를 찾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며,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이용할 것 같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러한 딱지를 붙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딱지는 옥외광고물관리법상 전단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지자체의 단속에 적발되면 장당 1만7000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딱지의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드물다. 공공근로 노동자들이 수거하는 대상에 그친다. 연제구 관계자는 "대형 현수막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음란성이 있는 딱지를 제외하고는 과태료를 잘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처벌을 하기는 더욱 어렵다. '탑'과 '바텀' 등의 단어만으로 음란성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만난 이들 사이에 범죄가 발생한다면 모르지만, 이 딱지를 붙이는 행위만으로 처벌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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