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거 방식을 둘러싸고 학교본부와 교수회의 갈등으로 전개되던 부산대 사태가 고현철 교수의 투신자살을 기점으로 학내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학생과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도 총장 간선제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대 교수회는 18일 대학본부에 현행 간선제 학칙을 직선제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수회 측은 "유족이 대학의 민주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대학본부 측에 직선제로 학칙을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직선제 복귀 요구에 학생 단체와 동문도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고 나섰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5시 본관을 찾아 고 교수의 분향소 설치를 돕고 현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황석제 총학생회장은 이날 오후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에 "총장 직선제가 대학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말, 국공립대를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부산대가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말씀에 책임감이 들었다"며 "교수님, 학생들과 논의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활동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공개적 개입이 어렵다고 밝혔던 부산대 민주동문회도 고 교수가 투신한 날 회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총장 직선제 사수와 대학 자율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와 부산학부모연대,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교육부의 간선제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직선제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전국의 국립대학들도 부산대 지원에 나섰다. 20일 제주대에서 부산대 총장 직선제 수호 투쟁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던 전국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는 총회 장소를 부산대로 바꿨다. 문화단체인 부산작가회의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이 필요한 시대인가. 고인의 뜻을 받들어 빠른 시일 내 민주적 절차로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사태가 커지면서 정치권도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김기섭 총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며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어떤 외압과 갈등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만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넋을 기리는 것"이라고 교육부를 성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