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공립대 직선제 부활 불씨 주목

교육부의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하나인 총장 직선제 문제가 부산대 고현철(54·국어국문학과) 교수 투신자살 사태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간선제를 추진하던 부산대 대학본부 측이 전격적으로 직선제 유지 의사를 밝히면서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학칙개정을 마친 전국 국공립대의 시선이 부산대로 쏠리고 있다.

부산대 대학본부는 18일 현재 총장 간선제 선출 절차를 모두 중단했으며 원점에서 총장선출 방식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홍배 교육부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원하는 제도로 총장을 선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안 교육부총장은 지난 17일 사퇴 의사를 밝힌 김기섭 총장의 대행을 맡고 있다.

간선제를 강하게 몰아붙이던 대학본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고 교수가 총장 직선제 수호를 요구하며 투신한 것에 부담을 느낀 탓으로 풀이된다. 안 교육부총장은 "대학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총장 직선제 유지에 따른 교육부의 행정·재정적 지원 중단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학내 구성원의 의지를 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장 직선제를 고수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교육부의 행정·재정적 불이익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역 사회가 부산대를 도와주기를 부탁한다"고 짧게 말했다.

2010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교육부는 전국 39개 국립대에 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금품수수, 파벌 형성 등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였지만 총장 직선제 개선을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자 대학들은 반강제적으로 학칙 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부산대가 2012년 7월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한 것을 비롯해 모든 국립대가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했다.

부산대가 차기 총장을 직선제로 뽑게 되면 나머지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 움직임이 전국의 국공립대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부산대와 경북대 등 전국 9개 대학으로 구성된 전국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 권진헌 상임의장도 지난 17일 부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대가 직선제로 차기 총장을 선임하게 된다면 다른 국공립대학에서도 총장 직선제 부활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산대가 총장 직선제를 고수할 경우 연간 200억~300억 원가량의 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교수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를 재정적 지원과 연계해 불이익을 준다면 차라리 이를 공론화시키는 편이 낫다"며 "고 교수의 죽음을 계기로 대학을 옥죄는 패배의식에서 탈피해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