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국제신문 DB
- 정대협 "市 역사인식이 의심"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의 위안부 만행을 영원히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추진된 부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제동이 걸렸다.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에 어려움을 겪어 15일 건립이 무산된 상황에서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힘겹게 건립 움직임이 재개(본지 지난 6일 자 2면 등 보도)됐는데 이번에는 부산시가 '부산시민공원 설치 불가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13일 소녀상 건립을 주도하고 있는 부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 따르면 이달 중 부산시민공원에 소녀상을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부산시가 시민공원에 소녀상 건립 불가 방침을 밝혀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이유는 시민공원에 소녀상을 건립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정대협 측은 일제강점기 당시 피해를 입은 소녀와 현재 노인이 된 허리가 굽은 소녀상을 제작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두 소녀상이 들어설 자리는 최대 33㎡를 넘지 않는다. 시민공원의 전체 면적은 52만8278㎡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시민공원의 하나의 작품처럼 구성된 공원이라 미리 계획되지 않은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힘들다"며 "관리권자인 시설공단 측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예산 지원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정대협 등의 시민단체가 부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 제안에 따라 예산 2000만 원을 약속했지만 불분명한 이유로 아직 예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정대협 측이 현재까지 모금한 금액은 부산은행 이웃사랑 모임인 코스모스회 2000만 원, 부산시의회 정명희(새정치민주연합·비례) 의원 100만 원, 주례여고·예문여고·기장역사문화연구회 등을 합해 3500여만 원이다. 소녀상 건립에는 6000만 원가량이 필요해 시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최근 시 홈페이지(www.busan,go.kr)에 광복·분단 70주년 행사를 안내하면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계획을 소개했다가 삭제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는 계획 안에 추진 배경 설명과 함께 '민간모금 3500만 원, 시비 2000만 원을 들여 8월 15일 남구 당곡공원 일원(예정)에서 준공한다'고 명시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1년이 넘게 서병수 시장을 비롯한 부산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흔쾌히 도움을 준 적이 없다"며 "시가 추진해야 할 일을 민간에서 하고 있는데 예산지원은 물론 장소 제공까지 반대하는 것은 무관심을 떠나 역사인식을 의심하게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