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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구의 한 간선도로에서 주민이 무단횡단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2014 무단횡단 현황
- 총 적발 건수 6465
- 사고로 이어진 건수 461
- 사망 33
- 중상 285
- 경상 138
※ 자료=부산경찰청
- 적발된 경우만 일 평균 18건
- 순발력 떨어지는 65세 이상
- 전체사고 가운데 32% 차지
- 울타리 형태 펜스 설치·보수
- 16개구·군 2년간 15억 넘어
- 이 또한 시민의식 개선 없인
- 매년 혈세 들이부을 수밖에
부산 지역에서 연간 수천 건의 무단횡단이 발생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교통사고와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에 대한 계도성 캠페인과 특별단속 기간 운영을 비롯해 최근 설치를 늘린 무단횡단 방지펜스가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 같은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의 의식을 개선하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무단횡단으로 인한 인명 피해
9일 부산경찰청이 발표한 '2015 교통사고통계'를 보면 부산에서 무단횡단으로 인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인명피해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는 6465건의 무단횡단이 적발됐다.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자행되는 무단횡단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교통사고로 이어진 것은 461건으로, 사망 33건과 중상 285건 등의 인명피해가 발행했다. 이는 하루 평균 적어도 18건의 무단횡단이 발생하며 한 달에 2.75명은 이로 인해 사망한다는 의미다.
특히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 노인의 사고 건수는 무단횡단으로 인한 전체 사고 가운데 129건으로 32.1%를 차지했다. 33건의 사망 사고 중 노인이 연관된 사고는 14건에 달했다.
무단횡단의 위험성에 대해 16년 차 택시기사인 김태훈(43) 씨는 "노인들이 '알아서 피해가라'는 듯 태연하게 도로로 걸어들어오는가 하면 아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뒤늦게 위험을 감지하고 머뭇거리거나 제자리에 멈춰 서 운전자 입장에서 아찔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무단횡단 방지 물질적 비용도 막대
무단횡단 방지펜스는 차도 중앙선을 따라 설치하는 것으로, 시민의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울타리 형태의 가림막이다. 이는 무단횡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물질적 비용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이다.
이들 방지펜스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m당 평균 10만 원가량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철제뿐 아니라 회복성과 차량훼손 가능성을 고려해 탄성 소재인 우레탄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해 수억 원의 혈세가 방지펜스 설치 및 보수에 투입된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와 올해 2년 동안 부산 지역 16개 구·군이 방지펜스를 설치하거나 보수하는 데 들인 사업비는 15억78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방지펜스는 경찰이 지역 기초자치단체에 건의해 설치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무단횡단을 일선에서 관리 감독하는 경찰이 사고가 잦거나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문제를 겪는 곳을 대상으로 방지펜스를 건의하고, 구·군 담당자가 현장을 실사한 뒤 직접 예산을 투입하거나 부산시로부터 사업비를 교부 받는 형태다. 경찰 관계자는 "방지펜스를 통해 경찰은 무단횡단을 봉쇄해 사고를 줄이고 지자체는 주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무단횡단 방지펜스는 무단횡단을 할 수 없도록 막는 기능이 뛰어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다소 후진적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펜스를 세우는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 중국을 들 수 있다.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차와 자전거, 사람이 많은 데다 때때로 신호등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까지 일어나는 중국에서는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도시의 도로에 펜스를 설치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무단횡단 가능성 자체를 없앤다는 점에서 방지펜스의 효과는 뛰어나지만 이는 교통 후진국에서는 쓰는 방법"이라며 "모든 도로에 방지펜스를 설치할 수는 없다. 결국 무단횡단을 지양하는 시민 의식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방지펜스에 많은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영도구청 인근 내리막길 '펜스' 설치 후 사고 제로
- 비용 들지만 효과는 즉각적
- 결론은 시민인식 개선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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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 구덕로에 설치된 무단횡단방지펜스. 전민철 기자 |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차도 중앙선을 따라 설치하는 무단횡단 방지펜스는 다소 강제적이고 비싼 수단임에도 효과는 분명하다는 것이 부산지역 구·군과 경찰의 공통된 평가다.
9일 부산 서구 서대신동의 구덕운동장 앞. 운동장 입구 앞에서부터 동대신 사거리까지 500m가량 구간에 무단횡단 방지펜스가 줄을 이어 설치됐다. 이는 올 상반기 서구와 서부경찰서가 협의해 3000만 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설치한 것이다.
인근에 동신초등학교와 대신중학교 등 학교와 학원, 주택가가 밀집한 이 도로는 어린 학생들의 무단횡단에 몸살을 앓던 곳이다. 온종일 교통량이 많은 왕복 4차로 대로지만 학생들은 무단횡단을 일삼았다. 보다 못한 인근 학원에서 지난 2월 '소중한 여러분, 무단횡단하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방지펜스는 기둥과 기둥 사이 공간도 가로막아 펜스를 뛰어넘지 않는 이상 무단횡단을 못 하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다소 강제적이지만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횡단보도가 아니고는 길을 건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자 학생들은 신호를 지켜 횡단보도를 건너게 됐다.
영도구 또한 올 상반기 중 청학동과 영선동 등지 1.5㎞ 구간에 9700만 원을 들여 방지펜스를 설치했다. 영도구는 노인의 무단횡단이 잦다. 남항시장과 봉래시장이 인근 사거리는 물론, 특히 영도구청에서 영도대교 쪽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무단횡단으로 인해 연간 10건가량의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
김해주 영도경찰서장은 "상당한 비용이 들었지만 설치 이후 현재까지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도 방지펜스의 효용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서장은 "경찰과 담당 구가 협의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곳에 설치하지만 모든 도로에 펜스를 둘 수는 없다. 근본 해결책은 시민의 인식 개선에 있다"고 덧붙였다.
# "횡단보도 무시 어른 보고 자란 아이들, 경각심 약해질 수밖에"
■ 주말 계도 나서는 교통연합
시민의 의식을 개선하고 무단횡단을 뿌리 뽑기 위한 캠페인과 계도 활동은 부산 시내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서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은 "위반하는 시민이 무단횡단을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제헌절을 맞아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4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4%가 무단횡단을 가장 가볍게 여겨 자주 저지른다고 답했다.
(사)교통문화운동 시민연합(교통연합)의 주영곤(53·사진) 대표는 "아이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하는 어른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교통연합은 지난해부터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본부와 연계해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부산 시내 47개 횡단보도를 선정해 주말마다 계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주 대표는 "특히 해운대나 광안리 등 도로 폭이 좁고 정체가 심한 해수욕장 근처에서 아이를 빨리 걷게 하며 무단횡단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며 "어른의 무단횡단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경험한 아이들은 경각심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현수막을 내걸고 전단을 나눠주는 지금의 캠페인 방식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전단을 받아도 내용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에게 최소한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교통연합과 교통안전공단 등이 무단횡단 안하기 운동을 멈추지 못한다.
주 대표는 또한 선진 교통문화 운동에 다소 본말이 전도되는 경향이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때때로 '도시의 이미지 개선'이나 '선진 교통문화 확립'이라는 슬로건에 도구적으로 휘둘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진심으로 시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이 이에 호응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 보행 안전 의식이 한층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