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오(60) 전 경찰청장을 3일 소환해 밤 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의 신병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전 청장도 검찰이 어떻게든 기소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법정 공방을 벌이겠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오전 9시께 부산지검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출석했다. 조 전 청장은 '부산의 건설업자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명목으로든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건설업자를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은 절대 받지 않았다"며 "(나의) 결백이 법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인 뒤 10층 특수부 조사실로 향했다. 이처럼 이날 검찰 소환 조사에 임하는 조 전 청장이 검찰이 아닌 법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기소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청장에게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 실소유주 정모(51) 씨의 진술대로 두 차례에 걸쳐 5000만 원을 받았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조사는 부산지검 특수부 이주형(사법연수원 30기) 부부장검사가 직접 담당했다. 조 전 청장은 정 씨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정 씨가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시점과 장소에 대한 알리바이를 준비해 이를 근거로 검찰 조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2개월에 걸친 장기 수사를 통해 확보한 조 전 청장의 동선을 제시하면서 조사를 벌였다. 이와함께 검찰은 이날 조 전 청장에 대한 조사를 먼저한 뒤 정 씨와의 대질심문을 벌이면서 조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하려고 했다. 특히 조 전 청장의 신분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인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조 전 청장이 현직일 시점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경찰 간부의 승진을 청탁받으면서 친구에게서 1200만 원을 전달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조 전 청장의 중학교 동창인 부산 모 농협조합장 송모(60) 씨와 동일한 인물에 같은 청탁으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건설업자 출신 브로커 임모(67) 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돈의 최종 종착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청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4일 오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마지막 단계에서 (조 전 청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날 신병 처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은 작으며 수사 중인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