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공공·금융기관 보안 위해
- 액티브엑스 프로그램 고수 탓
- 신형 웹브라우저 지원 않아
- 부산시 업무시스템도 접속 못해

- 좀비 PC 등 사이버 테러 악용
- 국제표준과도 안맞아 퇴출 시급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새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10'이 29일 출시되면서 개인 컴퓨터 이용자들이 비상이다. 인터넷상으로 각종 민원서류를 떼지 못하거나 인터넷 뱅킹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 금융·공공기관이 이미 보안 위험 등의 이유로 사장된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을 고수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공공기관·뱅킹 서비스 '불통'

부산시는 일선 지자체에 원도10을 설치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를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면 공무원들이 행정업무를 처리할 때 쓰는 프로그램인 새올행정, 온나라 등 모든 업무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 행정·공공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용하는 웹사이트도 '먹통'이다. 새 운영체제와 함께 설치되는 웹 브라우저 '엣지'는 행정·공공기관이나 금융 사이트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액티브엑스 설치가 안 된다.

행정자치부 조사 결과를 보면 윈도10 운영체제에서 새 웹 브라우저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 웹사이트는 70곳 중 통계청 온나라부동산포탈 국립중앙박물관 등 7곳에 불과했다.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급하기 위해 이용하는 '민원24'는 MS사의 새 웹 브라우저에서 이용할 수 없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부동산 종합증명서 발급 사이트, 지방세 납부 사이트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 액티브엑스를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윈도10과 아직 호환이 되지 않아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부모가 보육료 결제,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신청, 어린이집 정보를 알아볼 때 이용하는 아이사랑보육포털은 액티브엑스를 지원하는 기존의 웹 브라우저를 설치해도 이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엑스를 사용하는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실제 모 시중은행은 윈도10 출시를 앞두고 엣지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문제는 이번에 출시된 윈도10은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구매해 설치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사용자가 무료로 판올림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는 점이다. 무심결에 마우스를 눌렀다가는 어느새 운영체제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윈도10'발 대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인은 '액티브엑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행정·공공기관 웹사이트 95.1%에 액티브엑스를 없앤다는 계획을 내놨다. 행자부가 지난 4~5월 396개 행정·공공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1만2013개를 조사한 결과 4058개 홈페이지(33.8%)에서 보안·지불·인증 등을 위해 8481개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 구상보다도 빨리 인터넷 사용 환경이 바뀌면서 액티브엑스 퇴출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윈도10 업그레이드를 미루라고 조언했다.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들이 윈도10을 정상적으로 지원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앞으로 상당 기간 이용자 불편이 우려된다"며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액티브엑스와 같은 비표준 인터넷 이용 환경을 웹 표준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액티브엑스는 MS사가 1996년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콘텐츠를 내려받는 데 쓰인다. 그렇지만 보안에 있어 허점이 있었다. 2009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디도스' 사건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일제히 공격했던 '좀비PC'를 만드는 데 액티브엑스가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결제할 때 쓰는 공인인증서 역시 액티브엑스 환경에서만 구동된다. 인터넷 환경이 국내와 다른 외국 등에서는 한국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드라마에 나오는 옷을 못 사는 중국인을 걱정하기도 했다.


※ 액티브엑스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해 금융거래·본인인증을 하거나 보안프로그램 등을 내려받을 때 설치하는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