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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하구 장림1동 주민센터 앞 횡단보도에서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차량과 횡단보도에 주차한 차량 사이로 한 시민이 길을 건너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운전자·보행자 시야 확보 안 돼
- 아이들 불쑥 튀어나올 땐 아찔
- 스마트폰 보며 길 건너다 사고도
- 전국 횡단보도 사고만 증가세
- 부산 정지선 준수율 12위 그쳐
횡단보도는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구분된 영역이다.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는 반드시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하고, 차량 운전자 역시 횡단보도에선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횡단보도=안전지대'란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안전하지 않은 횡단보도
운전자의 부주의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11일 오후 4시36분께 금정구 남산동 인근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허모(여·79) 씨가 김모(52) 씨가 운전하는 승합차에 치어 숨졌다. 당시 편도 2차로의 1차로를 따라 주행하던 김 씨는 차량 오른편에서 횡단보로를 건너던 허 씨를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지난달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4%, 사망자 수는 2.1%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횡단보도 보행자 교통사고는 3.2%, 사망자 수는 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역만 보더라도 횡단보도 보행자 사고는 최근 3년 동안 평균 900여 건씩 발생하고 있다.
■횡단보도 주차는 살인
횡단보도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교통수칙을 잘 지켜야 하지만 이를 가볍게 여기는 일부 운전자들 때문에 보행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4년 교통문화지수'를 보면 부산지역 운전자들은 횡단보도 정지선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시·도 가운데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은 12위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가 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정지선에 서지 않고 진행하는 '예단출발'은 횡단보도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들은 횡단보도 인근 불법 주·정차로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김모(여·40) 씨는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주변 불법 주·정차로 불안하다. 김 씨는 "주차된 차에 가려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나오면 운전자들이 못 볼 수 있다"며 "하굣길이 걱정돼 매일 학교 마칠 시간에 아들을 데리러 간다"고 전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교회 인근은 주말이면 도로가 주차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횡단보도까지 주차하는 경우가 있다. 주민 정모(67) 씨는 "횡단보도에 차를 대는 운전자들을 보면 보행자들이 위험할 수 있으니 차를 빼라고 하지만 그때 뿐"이라며 "운전자들이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스마트폰 보고 건너면 자살행위
횡단보도 상의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우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로 보행자가 건너가는 경우 운전자는 정지선(정지선이 없다면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멈춰서야 한다. 운전자가 진행하는 차로로 보행자가 지나가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횡단보도에서 앞뒤 살피지 않고 뛰어가는 경향이 있어 운전자는 항상 방어운전을 생각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다면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 의무 불이행'으로 처벌받는다.
보행자도 주의해야 한다. 건널목에서 보행신호가 깜박거릴 때는 다음 차례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자전거로 건널 때는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폰을 보고 건너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하는 사람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 횡단보도서 차 멈출 땐 뒤차도 정지…선진국의 '가려진 보행자' 보호
- 美·英·獨 등 강제 규정 법제화
- 한국도 도입 위해 개정안 발의
외국 교통선진도시는 횡단보도의 보행자의 사고 예방을 위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아이디어 사업부터 강제성을 띄는 법적 제도까지 다양한 방안을 활용한다.
미국 등 교통 선진국에서는 횡단보도 인근에 어린이 보행자가 뛰어나오는 그림을 표지판으로 만들어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깨워주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 표지판의 위치는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것이 원칙이다. 운전자들에게 표지판이 익숙해지면 예방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최근 해외에서는 메시지 전달법 중 하나로 'LOUD(Look Over our community, Upgrade Daily Life) 프로젝트'가 유행한다. 횡단보도나 공공장소에 교통·환경 등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표시해 시민의식과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보행자 신호에 맞춰 24시간 불이 들어오게 해 차량 운전자들이 횡단보도를 쉽게 인식하도록 하는 장치도 가동한다.
한편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횡단보도에 정차 및 통행차량이 있을 경우 추월 또는 통과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한다. 횡단보도 인근에 정차한 다른 차량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가려질 경우 이를 보지 못하고 주행하다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 법안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30일 주승용(새정연) 국회의원 등 10명이 차량 시야가림 현상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개장안을 공동발의했다. 횡단보도 인근에 정차한 차가 있을 경우 우선 일시정지 후 진행하게 하고, 횡단보도 인근에서 이미 통행하고 있는 차량이 있을 경우 그 차를 추월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대해 동아대 김회경(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차를 조금 불편하게 하더라도 보행자의 권리와 안전을 확보하려는 추세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 건널목 앞 '옐로카펫' 까니 눈에 확 띄는 아이들
- 서울 길음동 3곳서 실험 호응
- 운전자 주의 환기해 사고예방
'옐로카펫(사진)'은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운전자가 아이들을 잘 볼 수 있게 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캠페인이다. 일종의 횡단보도 안전지대인데 노란색 '카펫'을 펼쳐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현재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만 3곳이 설치됐다.
옐로카펫을 만든 건 비영리단체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성북구 길음동 마을공동체 '길음밴드'다. '아동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 센터와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횡단보도 보행사고 문제를 꼽았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제복 팀장은 "교통사고 중에는 아이들이 횡단보도로 갑자기 뛰어들거나, 차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아이들을 보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옐로카펫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횡단보도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옐로카펫의 핵심은 횡단보도 앞 보도에 '눈에 확 들어오는' 일정한 구역을 만드는 일이다. 안전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색이 벗겨지거나 아이들 보행에 미끄러울 수 있는 페인트 대신 그래픽노면 표시제를 활용해 실용성을 높였다. 또 어두운 밤에도 운전자들이 횡단보도 앞에 선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태양광램프를 달았다. 사람이 옐로카펫 위에 올라서면 자동으로 램프의 불이 켜진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횡단보도가 됐기 때문이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제복 팀장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한 번 더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아졌다"며 "주민이 크게 만족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성북구의 옐로카펫 프로젝트는 다른 시·도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인천시 서구가 지난 9일 설명회를 열고 옐로카펫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지역에서도 다음 달 중에 간담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