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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한 간선도로에서 운전자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부산 '운전 형태' 평가해보니
- 방향지시등·정지선 준수 등
- 3개 항목 전국 평균보다 낮아
- 일반인에 교통안전교육 전무
- 면허시험 보완 목소리 높아
- 대전선 교통문화 조례 추진도
지난 4월 1일 오전 8시50분께 부산 동래구 명장동 한 사거리에서 김모(62) 씨가 몰던 승용차가 이모(24) 씨의 오토바이를 친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차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우려다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신호가 바뀐 사실을 모르고 주행했다. 안전부주의가 불러온 이 사고로 20대 청년은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19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에서만 총 1만288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중 사망자는 185명, 부상자는 1만837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약 20% 감소했지만, 여전히 도로 위에서 매일 53건가량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도로 위 실종된 안전의식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4년 교통문화지수'를 보면 부산지역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개선이 필요하다.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4위지만, 운전형태를 평가하는 5개 항목 가운데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방향지시등 점등률 ▷이륜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률 등 세 항목이 전국 평균치를 밑돌았다.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낮다는 것은 진로 변경을 할 때 미리 신호하는 운전자가 적다는 것"이라며 "주변 차량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며, 이는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산발전연구원이 2011년도에 발표한 부산의 교통문화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방안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외국에 비해 다소 과격한 운전습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운전태도가 공격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79%, 방어적이라는 답변은 12%였다.
이 외에도 운전 중 휴대전화하기와 비디오 시청하기, 급출발, 급정거 등 잘못된 운전습관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이를 바닥에 버리는 사람이 많다. 출퇴근 정체 때 담배 연기가 주변 차량에 흘러들어 가거나 화재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안전운전 제대로 배워야
전문가들은 선진 교통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산교통문화연수원 진환철 교무계장은 "선진국의 경우 영업용 운전자 교육을 회사에서 담당한다"며 "안전운전에 특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업용 운전자에 한해 1년에 한 차례 안전교육을 의무화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은진 박사는 애초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시험통과 위주로 운영되는 운전학원에서는 교통예절과 안전수칙을 익히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다른 운전자, 보행자에 대한 배려와 매너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교통문화를 알리는 일이다. 교통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교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에 적극적이다. 정부 주도로 시행되는 'THINK!'는 영국의 대표적인 교통안전캠페인이다. 어른이 써놓은 글씨를 어린이들이 따라 하는 것처럼 부모의 운전습관을 아이가 그대로 보고 배운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일본 미야기현은 '교통안전 현민총력 운동'을 통해 교통 예절과 사고 방지를 위한 대응책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교통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이 일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4월 '부산 교통질서, 나부터 먼저' 선포식을 열고 SNS와 거리 홍보 등을 통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전은 지난 4월 교통문화운동 '먼저가슈'를 추진하고 있다. 교통전문가와 시민, 운수업체 종사자가 모여 소통하는 토크콘서트 개최, 찾아가는 교통문화교육 등을 실시했다. 현재 전국 최초로 교통문화운동 사항을 조례로 명문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벌이고 있다.
# 김찬승 모범운전聯 부산지부장
- "53년 무사고 비결은 깜빡이 켜기"
- "배려운전 기본만 지켜도 안전
- 동료 교통정리 봉사 중 참변도"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체계를 정비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할지라도 운전자들의 준법정신 없이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김찬승(78·사진) 부산지부장은 운전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 그는 "운전대를 잡은 지 53년째지만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다"며 "모범운전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사고 운전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교통신호를 잘 지키고, 배려운전을 하는 등 기본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김 지부장은 "교통수칙만 잘 지켜도 사고는 지금보다 확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차선 변경 시 주변 차량에 정확하게 신호를 해주는 등 작은 배려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김 지부장의 눈에 일부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그는 "매일 아침 교통정리 봉사를 하다 보면 안전의식이 부족한 운전자들을 자주 본다"며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뿐인지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과속을 하고, 심지어 중앙선을 침범해 달려오는 차들도 있다"고 전했다.
도로 위 운전자들의 일탈행동은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의 주범이 된다. 실제로 아침 시간대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하는 모범운전자들이 다치는 사례도 빈번하다. 김 지부장은 "경미한 사고를 제외하더라도 지난 47년간 봉사활동을 하다가 차에 치여 숨진 모범운전자만 전국적으로 200명이나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는 편리하지만 무기와 다름없이 위험하다"며 "운전자들은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타인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1968년 만들어진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는 10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 혹은 2년 이상 무사고 영업용 운전자들이 모인 단체다. 부산지역에는 현재 550명의 모범운전자가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2시간가량 256개 주요교차로에서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장상호 교통안전공단 교수
- "에코 운전 습관…연비는 높이고 사고율은 낮춰"
에코드라이브(ECO-DRIVE)는 온실가스 배출과 연료소비를 감축하는 친환경 '경제운전'이다. 교통안전공단 '에코드라이브 실천 가이드'에 따르면 경제속도(일반도로 기준 시속 60-80km)를 준수하고 급출발·급가속을 지양하는 등 운전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연비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에코드라이브의 장점이 경제성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지역본부 장상호(52·사진) 교수는 에코드라이브 실천이 교통사고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운전자들이 급출발하거나 과속을 하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게 된다"며 "반면 에코드라이브를 할 경우 위급상황에서도 비교적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유 있는 운전을 할 경우 안전거리 확보와 예측 운전이 가능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이 직업운전자를 대상으로 에코드라이브 효과를 측정한 결과, 교육 전후 사고 감소 효과가 40%가량 더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전습관이지만, 아직 에코드라이브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로써는 국내에서 에코드라이브를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도로교통공단이 2009년 경북 상주에 조성한 안전운전체험센터 교육장이 유일하다. 이곳은 주로 직업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이웃 일본은 전국 각지에 10곳이 넘는 교육장을 조성했다. 장 교수는 "내년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에 제2체험장을 조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민간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 ·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