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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SFC청소년교육센터 틴스토리에서 개소 1주년을 맞아 일일찻집이 열리고 있다. 김성효 기자kimsh@kookje.co.kr |
- 맞춤형 관리 적응교육 거쳐
- 70여 명 다시 친구들 곁으로
- 개소 1주년 기념행사도 성황
김모(16)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폭력에 휘말렸다. 교사들은 김 군의 담임을 맡는 것조차 꺼렸고, 담임선생님과 김 군의 갈등은 날로 깊어갔다. 무단결석이 늘었고, 올해 새 학년이 된 이후에는 아예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대부분 시간을 방에서 꼼짝 않고 은둔 생활을 했다.
김 군을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해 지난 3월 학업복귀지원센터 '틴스토리(TEEN-STORY)'가 나섰다. 김 군은 멘토 선생님과 상담하며 학교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숙려기간'에 들어갔다. 쉽게 입을 떼지 않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김 군은 작은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멘토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었다. 운동을 좋아했던 터라 사회체육학을 전공한 멘토 선생님과 특히 잘 맞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자고 약속했다.
방에서 잘 움직이지 않았던 김 군은 선생님이 방문하는 날에는 일찍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만나는 장소도 다양해졌다. 집 안에서만 보던 것에서 집 근처, 지하철역 그리고 나중에는 부산진구 양정동 틴스토리 센터까지 김 군이 찾아왔다. 숙려기간을 마칠 때쯤 김 군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틱과 강박장애를 갖고 있는 고교 2학년 이모(18) 군도 김 군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어릴 적 친구들의 놀림이 트라우마가 됐고, 몸도 허약했다. 지난 4월 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틴스토리 센터에 방문했을 때도 '무기력한' 상태였다. 선생님이 하는 말에는 짧게 대꾸하거나, "모르겠다"고 했다.
이 군도 곧 '학업중단 숙려제'에 들어갔다. 임현택(29) 멘토 선생님과 매주 1회, 10여 차례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어린 시절의 상처, 가족에 대한 불만 등 사적인 이야기도 먼저 꺼냈다. 임 선생님은 "그간 쌓아뒀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던 것 같다"며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반응이 없었던 처음과 달리 잘 웃기도 한다"고 전했다. 게임회사에 취직하는 게 꿈인 이 군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며 컴퓨터 그래픽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학업중단 숙려제는 학업 중단 징후가 있거나 위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상담 등 프로그램을 지원해 신중한 고민 없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학생의 상황에 따라 2주부터 최장 5주간의 시간을 준다. 이 기간에는 일주일에 4시간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학교 출석을 대신한다.
지난해 6월 부산시교육청은 학업중단 숙려제를 도입하며 청소년의 학업중단 예방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사단법인 SFC 청소년교육센터 틴스토리를 선정했다. 이는 전국에서도 최초였다. 지난 1년간 이곳을 거쳐 간 청소년 594명 가운데 약 12%인 70여 명이 현재 학교로 복귀했거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틴스토리에 의뢰가 들어오는 청소년 상당수는 무기력증으로 은둔생활을 하거나, 가출 등 위기에 놓인 상태다. 센터는 이들의 학교 복귀와 더불어 비행 위기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해당 청소년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학교와 가정을 방문해 선생님 친구 부모님을 만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담사와 멘토 선생님을 배정해 맞춤형으로 아이들을 관리한다.
10대 청소년들의 마음을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임 선생님은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없을 때는 사실 힘들다"며 "하지만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서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으며 말했다. 김 군을 맡았던 이광염(29) 선생님도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만난다"며 "자퇴하고 꿈이 없던 친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을 때가 정말 기뻤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틴스토리는 1주년을 맞아 일일 찻집과 음악회를 열고 그간 센터를 거쳐 간 학생 부모 멘토 등을 초대했다. 틴스토리 박용성 사무총장은 "청소년 시기에는 실수도 하고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잘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우리 센터도 청소년의 복지와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