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지역 야산에서 경남도와 산림청 직원들이 솔수염하늘소를 잡기 위한 유인 트랩을 관리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 페로몬 이용한 포획법 성공적
- 소나무 1만5000그루 살리는 효과

경남 지역 재선충 구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재선충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포획하는 시범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은 전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재선충 피해가 심하다.

경남도는 지난 5월 초순부터 6월 말까지 사천 김해 밀양 거제 하동 등 5개 시·군에 시범 설치한 재선충 유인 트랩(덫)에서 모두 782마리의 솔수염하늘소가 포획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기간 포획된 솔수염하늘소는 김해와 거제시가 각각 320마리, 밀양시 280마리, 사천시와 하동군이 160마리씩이었다.

소나무 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이 선충은 솔수염하늘소 몸에 기생하기 때문에 재선충 방제의 최대 과제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구제다. 이번에 설치한 트랩은 높이 1m의 깔대기형 용기로, 이곳에서 나는 페로몬(먹이를 보고 동료들의 집결을 유도하는 냄새)을 맡고 솔수염하늘소가 몰려들도록 고안된 장치다. 솔수염하늘소 한 마리가 연간 10그루 이상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것을 고려할 때 탁월한 효과가 입증됐다고 경남도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시범 사업에는 모두 4억5600만 원이 투입됐다. 경남도는 올해 솔수염하늘소를 1500마리 이상 포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소나무 1만5000여 그루를 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앞서 매개충 구제 사업은 맹독성 농약을 항공살포하거나 재선충 차단을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해 고사목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수준에 그쳤다.

산림청은 최근 사천에서 전국 시·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유인 트랩 사업 평가회를 열고 이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적용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경남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지난 3월부터 민간업체와 손잡고 성페로몬(암컷이 발산하는 향)을 이용한 매개충 포획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현재 설치된 장치보다 가격을 40%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환경연구소 유찬열 연구사는 "매개충 포획 트랩 연구가 완성 단계로 오는 8월 말께 3종의 장치에 대해 특허출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남도 환경산림국 관계자는 "산림청과 시범 시행 중인 매개충 제거 사업이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내년에 더 많은 곳에 트랩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에는 지난 4월 매개충 고사목 기준으로 42만4000그루가 피해를 당했으며 이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