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11> 족제비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들쥐 사냥 땐 무서운 폭군

  • 백한기 선임기자
  •  |   입력 : 2015-07-15 19:07:18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방파제 돌 위로 질주하고 있는 족제비.

민첩하고 시각·청각·후각 골고루 발달, 연간 2000~3000마리가량 쥐 잡아먹어 

먼 곳 살필 땐 두 다리로 서서 두리번두리번…위기 상황 생기면 스컹크처럼 악취 내뿜어 도주

1960년대 '쥐약놓기운동' 때 맹독 탓에 쥐와 함께 대거 희생, 개체 수 급격하게 줄어 


사람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도망가다 몸을 앞발로 세워 뒤돌아보는 장난기 많은 토종 족제비. 이 녀석은 방파제에서 물이 빠지면 돌 틈에 갇혀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고 있다.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이따금 귀여운 족제비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족제비의 성향을 보여주는 옛 속담이 적지 않다.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 체면도 없고 염치도 모르는 사람을 의미하며 '족제비는 먹이 탐내다 치어 죽는다' 또는 '족제비는 욕심 때문에 죽는다'는 욕심을 부리다 낭패를 당하거나 먹을 것을 밝혀 큰 화를 당한다는 말이다. 한 번 실패한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족제비도 한 번 놀란 길은 다시 가지 않는다'도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주거단지 방파제 앞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 밀물 때 물과 함께 휩쓸려 들어온 고기떼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족제비가 나타난다. 녀석은 방파제 돌 틈 굴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새 고인 물에 있던 물고기 한 마리를 잡고는 돌 틈 사이로 유유히 물고 들어간다. 이 녀석은 반복해서 물고기를 잡아 한 곳에 보관하는 습성이 있다. 결국 이 족제비는 방파제 근처에 살면서 물고기를 먹이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족제비가 마치 미어캣이나 캥거루처럼 앞발을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인적이 뜸한 명지주거단지 방파제에서 족제비를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곳 산책로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소나무 방풍림을 타고 재빠르게 내달리는 녀석들과 쉽게 마주친다.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자주 눈에 띈다. 여름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 낮에 돌아다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놈은 체형이 사람들 눈에 띄기 힘든 형태로 생겼다. 짧은 다리에 긴 몸과 작은 머리를 가진 족제비가 덤불을 헤집고 다니면 풀 끝만 흔들릴 뿐 실제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겨울이 돼도 족제비 스스로 몸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다만 풀이 시들고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흰눈이 내려 쌓이면 상대적으로 족제비가 쉽게 드러나지만 눈이 없으면 누런 족제비 털빛은 황갈색 마른 풀에 녹아들어 발견하기 어렵다.

족제비는 주변이 확 트인 곳으로는 여간해선 잘 나가지 않는다. 나와봤자 가장자리에 풀이 길게 자란 농로를 따라 걷는 정도이며 결코 멀리 가지 않고 곧 덤불로 들어가버린다. 농로를 가로지를 때도 잠시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재빠르게 실행에 옮긴다. 녀석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머리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

   
족제비가 부산 명지주거단지 방파제 둑 아래서 물고기를 사냥해 늠름하게 걸어오고 있다.
족제비는 호기심 많다. 사람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면서도 어느새 구멍에서 얼굴만 쏘옥 내민다. 더 먼곳을 살필 땐 앞다리를 들고 사람처럼 선 자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쳐다본다.

족제빗과에 딸린 포유동물인 족제비는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사냥을 아주 잘한다. 주식은 들쥐로 족제비 한 마리가 1년에 잡아먹는 들쥐는 대략 2000~3000마리나 된다고 한다. 동작이 민첩하여 점프하면서 잘 달리며 후각 청각 시각 등의 감각이 발달해 쥐사냥에는 단연코 으뜸이다.

족제비는 주로 평지나 물가 또는 집 근처의 나무뿌리나 돌무덤 따위의 굴에 산다. 수컷의 몸길이는 28~40㎝, 꼬리 길이는 12~22㎝이며,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작다. 몸은 가늘고 긴 편이며 네 다리는 무척 짧다. 털은 광택이 나는 붉은 갈색으로 부드럽고 매끈하다. 우리나라를 비롯, 유라시아와 북미대륙 등 폭넓게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에 걸쳐 민가 주변이나 낮은 산지와 전답의 경계 지역, 물가에 많이 서식한다.

   
족제비가 돌 틈 사이로 얼굴만 내밀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족제비도 위험에 빠지면 스컹크처럼 지독한 냄새를 뿜어 적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자체 냄새 또한 만만찮다. 항문에 홍문샘이 있어 위급할 때는 냄새로 제 몸을 보호한다.

옛날에는 족제비의 꼬리털은 붓의 재질로 최고로 쳤고, 가죽은 목도리 용품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족제비를 잡지 않는데도 그 수가 엄청나게 줄었다. 그 옛날의 운치 있는 농촌이 산업화로 차츰 사라진 탓이 주 원인인 듯싶다. 초가집이 사라지고 농로나 수로에도 시멘트 포장이 등장, 족제비들의 이동 경로를 봉쇄하는 등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족제비는 1960년부터 대대적으로 펼쳐진 쥐약놓기운동의 최대 피해자이다. 당시 쥐약은 쥐만 잡은 게 아니고 족제비 같은 식육목 포유류도 대거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배고픈 족제비가 쥐약을 직접 먹기도 했지만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어 그 맹독성 때문에 곧바로 죽기도 했다.

   
어두운 밤 족제비 한 마리가 사냥하기 위해 활동하는 모습이 적외선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됐다.
족제비와 같은 야생동물은 생태계 안에서 각자의 독특한 역할을 한다. 자연이 만든 먹이사슬 속에서 먹고 먹히며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자연적인 먹이사슬이 아닌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한 희생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그 대가는 결국 인간이 치르게 될 것이다. 인간도 생태계 안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존재일 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 취재 협조= 박기하 조류사진가· 박용수 조류전문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9. 9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10. 10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6. 6“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8. 8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중구 절반이 GB…다운목장 등 과감한 해제로 신성장동력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