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독일 베를린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14일 기적을 울렸다. 공모를 통해 뽑힌 국민 원정대 등 250여 명은 1만4400㎞를 달리며 유라시아 국가의 공동 번영과 평화·창조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친선특급 열차의 출발지인 부산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와 육로로 연결돼 있다. 남북철도가 뚫리면 부산은 대륙·해상운송을 잇는 복합물류망의 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친선특급 대표단은 15일 블라디보스토크역과 부산역의 자매결연도 한다.
그러나 유라시아 철도의 꿈은 현실의 장벽에 막혀 있다. 부산에서 출발한 원정대는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 항공기로 갈아타야 했다. 고립과 단절이라는 한반도 냉전 잔재가 청산돼야 유라시아 대륙이 우리에게 소통·개방·창조·융합의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정부의 3대 외교기조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70년간 발이 묶인 철마(鐵馬)의 절규에 대한 응답이다.
우리가 분단에 갇혀 있는 동안 유라시아는 시시각각 변해 왔다. 그 중심에는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가 있다. 이런 가운데 친선특급 열차의 여정은 한·중·러 3국이 맞서지 말고 협력을 통해 윈-윈 관계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정대가 첫 3일간 지나는 러시아 연해주와 하바롭스크는 새로운 유라시아 지평을 열어가는 러시아의 동력이 현실화되는 곳이다. 푸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극동개발정책은 분단으로 인한 한반도의 병목 현상을 극복할 기회를 제시했다. 남·북·러 3각 협력 시범사업인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은 유럽~아시아 운송 회랑과 복합물류체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한·러 양국은 남·북·러 전력망 연계사업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물류·에너지 네트워크는 장기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거대 유라시아 경제권 형성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 등 교통망과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하나의 대륙', 산업·과학기술·문화가 시너지를 일으키는 '창조의 대륙'은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함께 유라시아를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의 대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
프랑스의 문필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을 위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데 있다"고 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 여정을 통해 대륙의 시야를 갖게 된 이들에게, 부산은 한반도의 남쪽 끝이 아닌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첫 번째 역이 될 것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 철마가 유라시아 대륙을 힘차게 달리는 그 날을 그리며,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성공적인 운행을 기원한다.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