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19박 20일 동행 취재
대한민국은 휴전선에 가로막힌 '섬'이다. 분단 70년간 단절과 고립의 세월을 보냈다. 만주 벌판과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내달리는 꿈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세계 5위 항만을 보유한 부산에 통일은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회다. 환태평양·북극항로뿐 아니라 유라시아철도와 아시안하이웨이의 기·종착점이 부산이기 때문이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미래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신문은 14일 외교부·코레일이 주최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에 탑승해 독일 베를린까지 1만4400㎞를 횡단하는 대장정에 나섰다. 러시아·몽골·중국·벨라루스·폴란드·독일을 지나는 긴 여정이다. 외교부가 국민 공모로 선발한 원정대 250여 명이 함께 한다.
원정대는 두 갈래 길로 이동한다. 이날 부산과 서울에서 발대식을 갖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북선' 원정대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9297㎞)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까지 19박 20일 동안 1만1900㎞를 달린다. '남선' 원정대는 베이징에서 중국횡단철도(TCR)를 이용해 러시아 이르쿠츠크까지 2500㎞를 내달려 북선 원정대와 합류한다.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 대륙철도와 떼어낼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대한제국의 이상설·이준 열사는 TSR를 따라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로 향했다. 민족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도 1936년 베를린올림픽 참가를 위해 비슷한 길을 이용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분단으로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급해왔다. 남북종단철도(TKR)와 TSR을 이용하면 부산~모스크바 기준 물류운송 기간이 14일로 짧아진다. 현재의 바닷길은 30일 이상 걸린다. TSR·TCR와 TKR이 연결되면 세계 5위의 항만을 보유한 부산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역대 정부도 남북종단철도를 재건해 한반도와 대륙을 철로로 연결한다는 구상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역시 유라시아를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통일의 초석을 닦자는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이번 여정에 북한 통과는 불발됐다. 남북을 관통하는 3대 철도망(경의선·경원선·동해선)은 현재 군사분계선에 막혀 있다. 2007년 12월 경의선 문산-봉동 구간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56년 만에 기적을 울렸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의 여파로 1년 만에 운행이 중단됐다.
그래서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나희승 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도 러시아 하산에서 철도를 이용해 유연탄을 북한 나진항으로 운송한 뒤 화물선에 옮겨 부산항으로 가져오는 복합물류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