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이후 부산 금정구 선두구동에 창고와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7일 수내마을 인근에 들어선 창고와 공장 모습. 서순용 선임기자

- 마을 한복판에 허가, 주민 반발
- 금정구는 3년째 실태점검 손놔

한때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부산 금정구 선두구동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이후 우후죽순 들어선 공장과 창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선두구동 수내마을 주민 70여 명은 최근 마을 한복판에 창고 3동(총 1652㎡)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현행법상 창고가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이지만, 건축주는 근린생활시설(소매점)로 허가를 받은 뒤 창고로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구에 진정서를 넣고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주민 A 씨는 "해당 건축주가 마을 회관에 찾아와 주민들에게 창고를 짓게 해달라고 돈을 건네기도 했다"며 "마을 주택지에 창고가 하나 들어서면 도미노처럼 이 일대가 '창고 마을'이 될 수 있어 반대했다"고 말했다. 민원이 빗발치자 구는 일단 해당 건축물의 허가를 반려한 상태다.

7일 금정구에 따르면 2007년 그린벨트 해제 이후 지난 6월까지 선두구동 일대에 근린생활시설(소매점 기준)이 160여 곳 들어섰다. 당시 이 일대 그린벨트 97만여 ㎡가 해제돼 개발이 진행 중이다. 주민은 근린생활시설 상당수가 주민편의시설이 아닌 제조업이나 물류업이라고 주장했다. 1종 일반주거지역인 선두구동에는 산업 등 시설군에 속하는 공장과 창고 등을 지을 수 없지만 근린생활시설 소매점으로 허가받은 뒤 용도를 변경하는 편법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취재진이 수내마을 등을 둘러본 결과 전원주택을 빙 둘러 창고형태의 건축물이 여러 채 들어선 것을 확인했다. 일부 창고를 살펴 보니 문이 열린 안쪽에서 근로자가 제조 작업을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소매점이 아닌 사실상 '공장'이었다. 이에 주민 B 씨는 "앞으로 이 일대에 창고나 공장이 대거 들어서면 결국 마을에 살던 주민이 떠나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선두구동에 창고가 난립하는 건 구가 건축허가만 내주고 단속을 소홀히 한 탓이다. 구는 2012년 일제 점검 이후 이 일대에 대해 실태를 점검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창고에 물건을 쌓아놓으면서 소매도 병행하는 등 소매점과 창고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단속에 애로가 있다"며 "주민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환경을 저해하는 공장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점검을 고려하겠다"고 해명했다.